[풀어야할 북풍의혹]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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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4면

북풍조작사건 철저규명을 위해 반드시 짚어야 할 대목들이 적잖다.

이미 내용의 상당부분이 공개된 상태지만 당사자들의 해명은 제각각이어서 의혹들은 잔뜩 부풀려 있다.

두고 두고 논란거리가 될 부분들은 다음과 같은 것들이다.

◇ 이대성 문건 = 대선 당시 정도의 차이는 있지만 여야 세 후보측 공히 북측을 접촉해 각기 유리한 국면을 만들려 했던 것으로 돼 있다.

당시 여당이었던 이회창 (李會昌) 후보측은 적극적으로 뛰었고 김대중 (金大中).이인제 (李仁濟) 후보측은 주로 접근해온 공작원 (흑금성 등) 을 통해 접촉을 시도한 것으로 기록돼 있다.

한나라당과 관련해 대표적인 것이 정재문 (鄭在文) 의원의 3백60만달러 대북 전달설이다.

金후보측은 북풍을 일으키지 않으면 연방제 통일방안 수용 등 제의를, 李후보측은 '협력 의사' 정도를 전달했다는 내용이 있다.

능동적이건 피동적이건 대선승리를 위해 북측을 이용하려 했고 북측은 안병수 (安炳洙).전금철 (全今哲) 등을 통해 입맛대로 편들기를 한 것으로 나타나 있다.

이같은 내용에 대한 확인작업없이는 국가적 위신 추락과 정치권 전체의 불신을 씻을 수 없다.

문건의 조작여부와 경위.배경, 조작내용 등이 규명돼야 한다.

◇ 북풍 배후 = 여권은 한나라당을 배후로 지목하고, 한나라당은 '안기부의 독자적 체제수호 작업' 으로 규정한다.

이대성 문건에는 북측이 96년 4.11총선때 판문점 박격포 배치사건을 포함, 오익제.김병식 편지사건과 윤홍준씨 기자회견 등 끊임없는 북풍을 일으켰다는 게 북한의 대남공작 (암호명 '샘물사업' ) 책임자인 전금철과 안기부 공작원 흑금성의 대화 등을 통해 나타나고 있다.

'준공작원' 朴모씨의 외국언론을 통한 'DJ 색깔전력 공개' 계획도 포함돼 있다.

여권의 관심은 일련의 사건이 당시 집권여당의 개입없이 가능할 것인가로 모아진다.

◇ 김양일씨 관련 = 鄭의원과 안병수의 만남을 주선한 재미사업가 김양일씨는 최근 鄭의원에게 팩스로 '정치정략에 악용당하고 있다' 며 분개한 심정을 토로한 반면 안기부측에는 '북측인사와 거래했다' 는 서한을 보냈다는 등 설이 구구하다.

수사당국의 공식 진술청취와 검증없이는 사건을 마무리할 수 없는 상황이다.

김석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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