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정보기관장들 비운의 말로]정치공작…암투…의문사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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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1면

공작실패와 이중스파이, 내부의 정보누출로 인한 해임, 그리고 의문의 죽음…. 우리의 정보기관 수장 (首長) 들 못지 않게 세계 유수의 정보기관 수장들도 뒤끝이 좋지 않았다.

지난달만 하더라도 '불패신화' 를 자랑하는 이스라엘 모사드의 대니 야톰 국장이 모사드의 공작실패를 은폐하려다 내부 직원의 정보누출 사건으로 해임됐다.

발단은 모사드 요원 5명이 최근 스위스 베른 외곽에 있는 이란 정보기관 사무실에 도청장치를 설치하려다 경찰에 발각되면서 비롯됐다.

이 사건이 터지자 이스라엘과 스위스 정부는 묻어두기로 합의했으나 모사드 내부 고위관계자가 언론에 흘리는 바람에 망신만 당했다.

결국 이스라엘 내각은 지난 15일 야톰을 전격 해임했다.

세계 최대.최강의 정보기관 미 중앙정보국 (CIA) 국장들도 온갖 수난을 겪어왔다.

대표적인 사례가 지난 96년 의문사한 윌리엄 콜비. 냉전시대 탁월한 스파이로 활약하다 73년 국장에 취임한 그는 75년 의회 청문회에서 피델 카스트로 쿠바 국가평의회의장 암살계획과 국내사찰 등 CIA의 국내외 비밀공작을 폭로, 미 사회에 일대 충격을 안겨줬다.

76년 면직된 그는 이후 평화.군축운동을 벌이다 실종된지 9일만에 시체로 발견됐다.

연방판사 출신에 FBI 국장도 지낸 91년 당시의 윌리엄 웹스터 국장은 파워게임의 희생자가 된 경우. 그는 CIA 개혁으로 호평받기도 했으나 당시 라이벌인 딕 체니 국방장관과의 잦은 불화를 겪다 중도하차했다.

레이건 행정부 당시의 윌리엄 케이시 국장은 87년 뇌종양으로 숨질 때까지 이란 - 콘트라 사건으로 내내 시달렸으며 제임스 울시 국장은 부하직원이 내부 정보를 10년간 러시아에 팔아넘긴 이중스파이 사건으로 94년 옷을 벗어야 했다.

지난해 3월에는 앤서니 레이크 국장지명자가 "너무 진보적" 이라는 보수주의자들의 공세에 밀려 취임도 못한 채 스스로 사퇴했다.

소련안보위원회 (KGB) 후신인 러시아연방보안국 (FSB) 의 미하일 바르수코프 국장은 자신의 권력을 강화하기 위해 정치공작을 벌이다 쫓겨났다.

그는 보리스 옐친 대통령이 96년 재선을 위해 정적인 알렉산드르 레베드를 국가안보위원회 서기로 중용하자 레베드를 견제하기 위해 레베드측 선거운동원의 금품살포 폭로공작을 추진, 폭로한 다음날 옐친에 의해 전격 축출됐다.

정선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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