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까지는 북한이 장거리 미사일과 핵실험 위협으로 노리는 것은 미국의 관심 끌기와 오바마 정부와 갖게 될 핵협상에서 유리한 입장을 확보하기 위한 것이라고 해석되었다. 그러나 지난해 여름 이래 김정일의 건강에 문제가 생기면서 군부의 발언권이 압도적으로 커져 핵 보유로 체제의 안전을 지키자는 노선이 김정일의 동의 아래 6자회담의 비핵화 합의를 이행하여 북·미 관계 정상화에서 활로를 찾자는 노선을 압도한 것으로 보인다.
클린턴 정부가 성사시킨 1994년 제네바 핵합의를 부시 정부가 백지화한 경험에서 북한은 오바마 정부가 양자 또는 다자 합의로 북한의 체제 안전을 보장한다고 약속해도 거기에 북한의 생존을 의탁하는 것은 너무 위험한 도박이라는 교훈을 얻었을 것이다. 핵 보유 국가로 가는 과정에서 미국이나 일본과 관계를 정상화하여 경제적 혜택을 받을 수 있다면 그건 마다할 이유가 없는 일거양득이라는 계산이 아닌가 싶다.
김정일 국방위원장(中)이 함경북도 연사의 항일투쟁 유적지를 방문해 현지 관계자들과 걷고 있다. 이 사진은 북한 당국이 24일 조선중앙통신을 통해 공개한 사진으로 촬영 시점은 알려지지 않았다. [평양 AFP=연합뉴스]
먼저 유엔 안보리를 통한 강도 높은 북한 제재는 필수적이다. 유엔 안보리는 2006년 10월 북한의 1차 핵실험에 대한 제재로 결의안 1718호를 채택했다가 이듬해 2·13합의라는 돌파구를 찾으면서 흐지부지되었다. 이제 유엔 안보리는 그 권능의 범위 안에서 가능한 모든 제재를 동원할 수밖에 없다. 일본 같은 개별 국가들의 보완 제재도 필요하다. 여기서 가장 중요한 것이 중국의 제재 동참이다. 6월의 한·미 정상회담에서는 단기적인 대응에서는 중국과의 공조가 집중적으로 논의되어야 한다.
핵문제에 관한 불편한 진실은 북한이 “우리 민족끼리”를 외치고 우리가 핵 문제 해결의 주도적 역할을 강조하는 동안 핵은 북·미 간의 문제로 고착되어 버렸다. 이것이 우리의 두 번째 딜레마다. 북한이 확실히 핵 보유로 간다고 판단되어도 남북 대화는 모색할 가치가 있는가. 대답은 “예스”다. 핵은 남북 관계의 일부다. 핵을 넘어선 남북 관계, 넓은 의미의 한국 문제가 북한의 2차 핵실험을 맞은 한국이 수립할 새로운 대북정책의 출발점이어야 한다.
한편으로 북한과 계속 대화를 모색하면서 다른 한편으론 미국과는 한국에 대한 핵우산의 유지·강화 문제와 미·일 미사일방어망(MD) 체제의 활용 문제를 논의해야 한다. 그러면서 한국은 미국의 협력과 중국의 양해를 확보하여 북한의 단거리 미사일을 요격할 한국판 미사일방어망 구축의 방도를 중·장기 과제로 검토해야 한다.
김영희 국제문제 대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