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북 관계 사실상 ‘전면 중단’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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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북한의 25일 2차 핵실험으로 남북 관계는 개성공단을 제외하면 사실상 ‘전면 차단’ 상황으로 향하고 있다. 정부는 이날 북한 핵실험의 대응 차원에서 26일부터 개성공단 관계자들과 금강산 시설관리 인력을 제외한 우리 국민의 방북을 불허키로 결정했다. 청와대의 국가안전보장회의(NSC)가 끝난 직후 통일부 측은 “북한이 핵실험을 한 상황에서 국민 안전을 고려, 개성공단 이외 북한 지역 방문을 당분간 유보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따라서 현재 개성공단의 임대료·임금 등을 놓고 예정된 남북 협상이나 억류된 현대아산 직원의 석방 협상이 사실상 어려워지는 것은 물론 기존 민간인 방북도 완전 차단되는 상황이 불가피해졌다.

북한의 핵실험 강행으로 남북은 정면 충돌하는 모양새다. 비핵화를 대북 정책의 중심에 놓고 있는 이명박 정부에 북한의 핵실험은 더 이상 해결의 카드를 찾기 어려운 대결 선언이나 다름없다. 3주 전 청와대 핵심 당국자는 “북한이 핵실험을 할 것으로 봐야 한다”며 “이런 대목까지 감안하면 개성공단에서 벌어지는 남북 협상은 의미가 없을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북한이 핵실험을 강행할 경우 최근 보여줬던 정부의 유연성이 대폭 사라질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대북 전문가들 사이에선 “북한도 2차 핵실험을 통해 스스로 퇴로를 차단했다”는 지적이 나온다. 북한이 초강수의 벼랑끝을 선택한 만큼 앞으로도 강경 전술을 계속할 가능성이 크다는 것이다. 여기에 오바마 미국 행정부 역시 북한에 쉽게 유화책을 보여줄지도 미지수라 남북 관계의 해법 찾기가 쉽지 않을 것이라는 우려도 나온다.

당국은 특히 개성공단 안전 문제에 집중하고 있다. 개성공단을 놓고 수차례 차단 조치를 취한 북한이 핵실험 이후 국제사회의 압박과 한국의 대북 제재 동참 움직임에 맞서 공단을 다시 볼모로 활용할 가능성을 전면 배제할 수 없기 때문이다. 이종주 통일부 부대변인은 “25일 현재 개성공단에서 북측의 특이한 움직임이 나타난 것은 없고 일단 입주기업들은 평소처럼 조업을 계속하고 있다”고 전했다. 하지만 북한은 이미 공단과 관련한 각종 법·규정을 ‘일방 개정’하겠다고 통보한 바 있어 상황이 크게 악화될 경우 공단 인원 철수 문제도 수면 위로 떠오를 가능성이 있다. 25일 오후 현재 북한에는 924명의 남측 인원이 체류 중이다.

일각에선 정부가 북한 핵실험을 계기로 대량살상무기확산방지구상(PSI) 전면 참여로 움직일 경우 북한이 서해북방한계선(NLL) 등에서 국지적 도발 등으로 군사적 긴장을 고조시킬 가능성도 제기된다. 백승주 한국국방연구원(KIDA) 박사는 “북한은 내부적으로 대남 강경노선을 결정한 것 같다”며 “핵실험을 압박술의 완료가 아닌 출발점으로 보는 게 더 적절할 것 같다”고 지적했다.

김수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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