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속으로]미국의 패권 경제적 측면서 다룬 두권의 책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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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5면

일본과 유럽의 채권이 한국외채의 상당부분을 차지하고 있음에도 IMF, 다국적 은행, 국제신용평가회사 등이 시시콜콜 미국측의 입장만 반영하는 이유는 무엇인가.

국제금융이 미국 패권주의와 한 고리라는 의구심을 불러일으키는 상황이다.

그런 가운데 미국의 패권을 경제적 측면에서 다룬 두 권의 책이 우리의 시각을 새롭게 해준다.

시립 인천대 이찬근 교수의 '투기자본과 미국의 패권' (연구사刊) 과 미국 스탠퍼드대 후버연구소 객원연구원인 피터 시바이처가 쓴 '냉전에서 경제전으로' (오롬刊)가 최근 출간됐다.

'투기자본과 미국의 패권' 은 현대 금융사를 추적해 최근 우리에게 밀어닥친 파동의 이면에는 국제투기자본과 미국의 패권주의가 있다는 주장을 펴고 있다.

산업은행.삼성그룹.맥킨지 컨설팅에서 일한 경험이 있는 저자는 오늘날 세계적인 자산을 축적한 국제금융은 실물경제와 유리돼 독자적인 운동법칙에 의해 움직이고 있다고 강조한다.

아울러 금융시장의 글로벌 통합이 진행되면서 부수이익을 노린 국제투기자본의 움직임이 활발해졌다는 것이다.

그러면 미국은 여기서 왜 힘을 갖는가?

달러화는 더 이상 안정적인 통화가 아님에도 국제투기자본을 움직이는 정치적 화폐로서 미국에 국제관계를 움직이는 지렛대를 제공한다고 풀이한다.

세계의 투기자본은 대안이 없다는 이유로 일단 달러화 돼 움직이며 미국은 이들의 달러를 무기로 교역상대국에 시장개방과 규제완화를 요구하며 나아가 미국에 유리한 방향의 구조조정과 시스템 개편을 강요한다는 것이다.

따라서 저자는 투기자본과 미국의 패권의 견고한 결합이 현대 국제금융의 본질이라고 결론 짓는다.

그는 이런 상태에서 우리가 살아 남기 위해서는 어떤 형태로든 발언권을 확보해야 하며 일본.중국과 결합한 동아시아 금융채널이 필요하다고 강조한다.

아울러 금융개방이 능사가 아니며 구체적인 시나리오를 갖고 국가의 신용시스템을 유지시키는 전략이 필요하다고 지적한다.

'냉전에서 경제전으로' 는 미국이 경제력에다 외교.군사력을 합친 총체역량으로 밀어붙인 결과 달러의 위력으로 소련을 넘어뜨렸다는 주장을 편다.

레이건 대통령 때 미국은 소련에 달러가 유입되는 것을 막기 위해 그들의 주 수출품목인 석유와 천연가스를 통제했다.

사우디 아라비아를 설득해 생산량을 늘려 국제유가를 끌어내리고 서유럽과 소련간의 송유관 공사를 중단시켰다.

또 생산기술의 소련유입을 막고 가짜기술이 흘러들게 해 소련의 경제를 고갈시켰다.

외교로는 교황을 이용해 폴란드의 자유노조를 비밀지원하고 아프가니스탄을 소련판 베트남으로 만들기 위해 이슬람권을 묶는 전술을 펼쳤다.

군사적으로는 인공위성 레이저 무기 등으로 소련 핵미사일을 격추한다는 스타워즈가 한몫 했다.

미국의 기술적 우위를 최대한 활용한 이 전략에 맞서기 위해 소련은 엄청난 국방비를 지출, 경제가 파탄했고 이는 곧 체제붕괴로 이어졌다는 것이다.

미국 세계전략의 무서운 이면이다.

미국이 자신의 경제역량을 바탕으로 어떻게 자신의 목적을 달성하는지를, 그 반대로 거기에 휘말린 나라들은 자신을 어떻게 지켜야 하는지를 잘 보여주는 책들이다.

채인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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