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어릴 때 고객으로 찜 ‘새싹 마케팅’ 뜨네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종합 30면

일본 오사카(大阪) 고시엔(甲子園)의 라라포트 쇼핑몰 안에 3월 문을 연 6300㎡ 넓이의 직업체험 테마파크 ‘키자니아’. 이곳에선 일본 어린이들이 실제 크기의 3분의 2로 축소된 도시에서 90여 개의 다양한 직업을 체험한다.


엡손의 ‘디자인 교실’에서 벽화 그림과 이젤화 그리기를 해보거나, ‘모스 버거’의 키친에서 직접 햄버거를 만드는가 하면 테마파크 안에 옮겨온 실제 비행기 내에서 ‘ANA’ 승무원과 파일럿이 돼 볼 수도 있다. 하루 평균 2200여 명이 넘게 찾는다.

키자니아는 1999년 멕시코를 시작으로 일본의 도쿄와 오사카, 인도네시아에 설립됐고 두바이·스페인·포르투갈·칠레에 들어설 예정이다. 어린이들이 좋아하고, 교육적 효과가 높은 데다 기업들의 참여가 많기 때문이다.

멕시코에선 코카콜라·HSBC·네슬레·제너럴모터스·도미노피자·월마트·유니레버·아메리칸 에어라인이, 키자니아 도쿄와 오사카에는 소니·아사히신문사·NTT도코모·엡손·코카콜라·미쓰비시자동차가 체험관을 차렸다.

기업 참여는 미래 고객인 어린이들에게 기업 이미지를 높이는 이른바 ‘새싹 마케팅’을 위해서다.

세계적인 브랜드 전략가 마틴 린드스트롬은 키자니아에 대해 “어린 시절의 경험은 매우 오래간다”며 “브랜드와 고객 간의 조기 관계를 구축하는 효과적인 모델”이라고 진단했다. 그는 “어린이에게는 물론 어린이와 함께 오는 부모들에게도 브랜드의 새로운 면을 알릴 수 있는 기회”라고 말했다.

일본 도쿄의 ‘키자니아’ 직업체험 테마파크 안에 설치된 전일본공수항공(ANA) 비행기 안에서 어린이들이 승무원 체험을 하고 있다. 작은 사진은 존슨앤드존슨의 병원체험관에서 어린이들이 의사로 변신해 모의 수술을 하는 모습.

삼성경제연구소 김상범 수석연구원은 “기업들이 스폰서 기업의 로고가 표시된 건물에 들어가 스폰서 기업의 유니폼을 입고, 관련 직업을 즐겁게 체험할 수 있는 기회에 높은 경제적 가치가 있다고 판단해 앞다퉈 참여하고 있다”고 말했다.

김 연구원은 또 “어릴 적에 형성된 기업에 대한 좋은 인상은 생애 전반에 걸쳐 유지될 가능성이 크며, 이는 제품의 구매로 연결될 수 있다”고 진단했다.

실제로 키자니아 멕시코점 개점 3년 후 브랜드 전문기관 피에슨 리서치는 어린이들의 브랜드 인지도 변화를 조사했다. 그 결과 어린이와 연관 관계가 약한 기업들의 인지도가 키자니아 방문 어린이들 사이에 평균 20%포인트 이상 뛰어오른 것으로 나타났다.

키자니아는 오는 12월 서울 잠실의 롯데월드 수영장 부지에 문을 열 예정이다. 참여가 확정된 국내 기업은 대한항공·BC카드·소니코리아·SK에너지·SK네트웍스(스피드메이트)·LG하우시스·MBC·중앙일보·롯데백화점·던킨도너츠·파리바게트·대상(청정원)·서울문화재단 등이다.

이곳에 ‘롯데제과 초콜릿·비스킷 공장’을 만들 예정인 롯데제과 마케팅팀 권영덕 팀장은 “어린이들이 직업 체험을 통해 자연스럽게 기업 및 브랜드에 대한 호감도가 높아질 것으로 기대한다. 어린이 직업 교육에 기여한다는 공익적인 성격도 있어 참여하게 됐다”고 말했다.

최지영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