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경 수사권 조정 계속 진통… 결국 대통령이 나서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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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2면

▶ 2일 심야까지 진통을 거듭한 수사권 조정자문위원회의 마지막 회의에서 조국 교수(서울대 법대·(左)에서 둘째)가 절충안을 설명하고 있다. 김성룡 기자

7개월간 검찰과 경찰이 팽팽하게 맞서온 검.경 수사권 조정 문제가 합의점을 찾지 못하고 진통을 겪고 있다.

검.경이 추천한 민간위원 등 14명으로 구성된 '검.경 수사권 조정 자문위원회(위원장 김일수 고려대 교수)'는 2일 오후 3시 서울 프레지던트 호텔에서 회의를 시작했으나 자정 현재까지 합의안을 이끌어내는데 실패했다.

자문위는 이날 회의를 마지막으로 단일안을 마련하기로 했으나 형사소송법 195.196조에 대해 여전히 이견을 보였다. '수사의 주체를 검사로 하고, 경찰은 검사의 지휘를 받아 수사해야 한다'는 법 조문 개정을 놓고 의견차이를 좁히지 못한 것이다. 경찰 측이 '경찰을 수사 주체로 명문화하고 검찰과 상호 협력관계로 규정해 달라'고 요구한 반면 검찰 측은 '검사의 지휘 체계를 유지해야 한다'고 맞섰다.

자문위는 지난해 12월 발족한 뒤 4개월 동안 15차례 회의, 한 차례 공청회 등을 통해 ▶긴급체포 시 검사의 사전지휘 폐지▶검사의 관할서 이송 지휘 폐지▶전문 검시관 제도 도입 등 25개 사안 가운데 17개 사안에 합의했으나 핵심 쟁점에서 고비를 넘지 못했다.

검찰 측 위원들은 "검사의 수사 지휘는 수사 과정에서 발생하는 인권침해를 방지하고 경찰권을 견제하는 최소한의 장치"라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경찰 측 위원들은 전체 사건의 97%를 처리하는 경찰을 수사 주체로 인정해야 한다는 현실론을 강조했다. 의견이 평행선을 달리자 회의 도중 휴식 시간에 검.경 관계자들이 상대 측 위원을 설득하기도 했다.

자문위원들이 단일안을 만들지 못한 것은 어느 정도 예견됐다. 검.경 양측은 지난해 12월 평소 성향 등을 감안해 조직의 입장을 대변할 위원을 7명씩(총 14명) 추천했다. 위원들이 추천 기관의 눈치를 볼 수밖에 없는 구조다.

특히 자문위가 단일 권고안을 도출할 경우 검.경이 이를 따르기로 신사협정을 맺은 것이 오히려 위원들이 상대방 의견을 받아들이는데 제약 요소로 작용했다. 한 자문위원이 "자문위 구성상 평행선을 달릴 수밖에 없다"고 언급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이 때문에 자문위 내부에서는 국무총리 산하에 별도의 기구를 설치해야 한다는 의견이 나왔다.

김종문.김승현 기자 <jmoon@joongang.co.kr>
사진=김성룡 기자 <xdragon@joongang.co.kr>

<검찰·경찰 수사권 조정 일지>

▶2004년 9월 15일:검.경 수사권 조정 협의회 발족

▶10월 21일:노무현 대통령, 수사권 조정 실현 약속(경찰의 날 기념식에서)

▶12월 20일:민간위원과 검.경 대표로 구성된 자문위원회 발족

▶2005년 3월1 6일:노 대통령,"검.경 수사권 조정 조기 매듭"(경찰대 졸업식에서)

▶4월 11일:검.경 수사권 조정을 위한 공청회 개최

▶4월 21일:노 대통령, "합의 안 되면 토론에 참여해 결단 내리겠다"(법무부의 업무보고 자리에서)

▶5월 2일:수사권 조정 자문위원회 회의 개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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