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반리뷰]플루트타고 온 '파리의 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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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3면

□'파리' , 엠마누엘 파후드 (플루트).에릭 르 사주 (피아노) , 프랑시 풀랑.앙리 뒤티외.피에르 상캉.자크 이베르.다리우스 미요의 소나타.소나티네 (EMI EKCD - 0392) =

플루트음악 하면 역시 프랑스다.

프로이센의 프레데릭 대제도 프랑스 궁정문화를 흠모한 나머지 플루트에 심취했다.

플루트에는 프랑스 음악 특유의 명징성 (明澄性) 과 몽환 (夢幻) 적 성격이 잘 배어있다.

새 (鳥) 의 울음소리를 가장 잘 표현하는 악기이기도 한 플루트는 답답한 일상을 벗어나 자유로운 상상의 나래를 펴기에 가장 적합한 악기다.

베를린필의 수석주자로 활동 중인 프랑스 태생의 플루티스트 엠마누엘 파후드가 독집앨범을 프랑스 작품만으로 꾸민 것은 어쩌면 당연한 일이다.

피아노.바이올린.첼로에 이어 플루트가 독주회 무대에 등장한 것은 현대음악 초연에 남다른 관심을 보인 플루티스트 세베리노 가젤로니 (79).장 피에르 랑팔 (76) 의 활약 덕분. 플루트가 눈부신 기교와 표현력으로 오케스트라의 일부로서 뿐만 아니라 독주악기로서의 가능성이 돋보였기 때문. 프랑시 풀랑.앙리 뒤티외.피에르 상캉.자크 이베르 등 20세기초 프랑스 현대 작곡가들의 작품은 드뷔시.라벨의 후손답게 완만한 곡선의 선율로 가득하다.

비교적 현대적 감각에 충실한 작품은 메시앙의 '검은 티티새' 와 이베르의 '사자의 노래' .파후드는 풍부한 음색과 안정된 호흡, 깔끔한 선율의 처리로 훌륭한 연주를 들려준다.

이장직 음악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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