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대중대통령, "정치개입 없는 민주군대 돼달라" 육사 임관식 치사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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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4면

16일 육사 화랑연병장에서 열린 육사 제54기 졸업 및 임관식에 참석한 김대중 (金大中) 대통령은 '민주군대' 를 특히 역설했다.

다른 대목과 같은 톤으로 치사를 읽어 내려가긴 했지만 표현은 단호했다.

"과거에 있었던 일부 군인들의 부끄러운 정치개입을 반성하고 두번 다시 이와 같은 잘못된 역사를 되풀이하지 말아야 한다.

이는 군의 정치개입이 민주주의를 억압하기 때문이다."

"국민의 군대로서 국민을 하늘같이 섬겨라. 대한민국 국시인 민주주의를 수호하는데 든든한 보루가 돼라. 국민의 신뢰와 사랑을 받는 '민주군대' 의 핵심이 돼 달라. " 물론 군의 정치적 중립 강조는 새삼스런 말이 아니다.

김영삼 전대통령도 줄기차게 외쳐왔던 명제다.

金전대통령의 업적중 하나가 군의 정치적 중립 확보다.

그럼에도 DJ와 YS 어법에는 강도의 차이가 있다.

金전대통령은 취임직후인 지난 93년 3월 육사졸업식에서 "올바른 길을 걸어온 대다수 군인에게 당연히 돌아가야 할 영예가 상처를 입었던 불행한 시절이 있었다.

나는 이 잘못된 것을 다시 제자리에 돌려 놓아야 한다고 믿는다" 고 말했다.

당시 金전대통령이 군의 과거를 꼬집은 말은 이게 전부였다.

상당한 완곡어법을 구사했다고 볼수 있다.

반면 金대통령의 말은 훨씬 직설적이었다.

그래서 분명한 의지가 느껴졌다.

"국민을 하늘같이 섬겨라" 는 당부는 80년 광주민주화운동을 연상시킨다.

참석자들은 말하고 있는데 '표정없이' 행사에 참석했던 군수뇌부들은 긴장한 얼굴로 치사를 경청했다.

행사를 마친 金대통령은 헬기 편으로 청와대로 돌아갔다.

이상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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