갈곳잃은 '명작'…장우성 화백 '귀목' 정부창고에 방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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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2면

서울 정부 세종로청사 17층 정무1장관실에 걸려 있던 원로 동양화가 월전 (月田) 장우성 (張遇聖) 화백의 초창기 그림인 '귀목' (歸牧) 이 새로운 정착지를 찾고 있다.

정부 조직개편으로 정무1, 2장관실이 없어지고 교육부가 정무1장관실을 사무실로 사용함에 따라 정부소유 예술품을 관리하는 조달청이 최근 '귀목' 을 회수해갔다.

조달청이 전문가 감정을 받은 결과 '귀목' 의 가격은 웬만한 집 한채 값인 1억5천만원. '귀목' 은 1935년 張화백이 조선총독부의 조선미술전람회에 출품, 수상작에 올랐던 대작 (가로 1백80㎝×1백40㎝) 으로 저녁 노을을 배경으로 꼴짐을 진 어린 목동이 소를 끌고 귀가하는 모습을 그리고 있다.

張화백 화집은 이 작품에 대해 "향토색 짙은 우리 농촌의 생활전경을 매우 치밀하게 그렸으며 섬세한 필치, 곱고 투명한 색채, 뛰어난 관찰력이 특징" 이라고 설명하고 있다.

張화백은 "상당히 공을 들였던 작품으로 35년 전람회에서 찾아온 후 기억이 나지 않는 누구에게 준 것 같다.

80년 화집을 낼 때 KBS에 출연, 6.25전쟁 등으로 잃어버린 작품들을 찾고 싶다고 말했더니 현재는 철거된 중앙청에 있던 정무장관실 직원이 연락해와 그곳에 있는지 알게 됐다" 고 말했다.

조달청 관계자는 "정부 장부엔 단지 '국고귀속' 이란 기록만 있을 뿐" 이라며 "앞으로 어떻게 할지 아직 결정하지 않았다" 고 밝혔다.

오대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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