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식은 패션, 한식 세계화 위해 현지 유행 꿰뚫어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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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통에 퓨전과 패션을 결합하라.”

21일 오후(현지시간) 홍콩 최대 한식당인 ‘서라벌’에 모인 홍콩의 음식전문 기자들이 한식 세계화를 위해 강조한 말이다. 한식 전통의 맛에 시대 흐름과 현지인들의 입맛을 결합하라는 것이다.

지난달 말부터 홍콩에서 방영되고 있는 한식 드라마 ‘식객(食客)’에 소개된 전통한식 시식회가 21일 홍콩 최대 한식당인 ‘서라벌’에서 열렸다. 사진은 이 음식점 입구에 걸린 식객 특선 메뉴 소개와 드라마 홍보 포스터. [홍콩=연합뉴스]


2시간 동안 진행된 이날 행사는 지난달 30일부터 홍콩에서 방송을 시작한 한식 드라마 ‘식객(食客)’에 나오는 전통한식 시식회였다. 서라벌과 홍콩 주재 한국 총영사관이 한식 세계화의 일환으로 마련했다. 명보(明報)와 경제일보(經濟日報) 등 7개 언론사에서 20여 명의 음식 전문기자가 참석했다. 제공된 음식은 드라마에 나오는 수십 종의 전통 한식 가운데 서라벌 측이 2개월에 걸쳐 엄선한 해바라기 약선죽과 홍계탕·메밀경단 등 일곱 가지가 선보였다. 홍콩 기자들은 음식 전문가답게 예리한 지적과 조언을 쏟아냈다.

첫 음식으로 해바라기 약선죽이 상에 오르자 반응은 별로였다. “그 흔한 중국의 죽과 뭐가 다르냐”는 것이었다. 그러나 “드라마 속 주인공 성찬이 몸져누운 운암정(한국 최대 궁중요리점) 주인 오숙수의 쾌차를 빌며 올린 음식”이라는 설명이 곁들여지자 죽 대신에 보약으로 받아들이기 시작했다. 세 번째로 상에 오른 랍스터 떡볶이의 인기는 최고였다. 드라마 속 운암정이 일본 마쓰모토와의 요리 대결에서 한식 세계화 기치를 내걸고 선보인 음식이다. 홍콩 최고 음식잡지인 리사(味道)의 셔리 응(吳水莉) 수석 에디터는 “동서와 바다·육지가 만났으며, 고급과 일이 하나를 이룬 대표적인 퓨전음식”이라고 평가했다. 서양 해산물 요리의 최고 재료 중 하나인 랍스터와 한국 서민요리의 대표인 쌀로 만든 떡볶이가 결합했다는 것이다. 그는 “개인적으로 김치와 불고기 등 한식을 너무 좋아하지만 대부분 너무 전통을 고집하는 것 같다”며 “일식이나 중식처럼 세계화되려면 세계 어느 나라 음식과도 통하는 퓨전음식이 많이 나와야 한다”고 말했다. 서라벌 식당의 신홍우 사장은 ‘음식 궁합’ 차원에서 랍스터 떡볶이 요리를 평가했다.

그러나 시식회가 끝난 후 참석자들이 낸 의견서에는 “떡볶이 요리가 외국인들에게는 너무 맵다”는 반응도 있었다. 일부 기자는 “이를 해결하기 위해 야채를 섞으면 건강에도 좋아 명품 한식 요리가 될 것”이라고 밝혔다. 또 “전복 도가니탕의 맛이 중국의 탕과 달리 매우 독특하고 맛있으며 보약 같다는 느낌이다. 김치뿐만 아니라 탕의 탁월한 맛도 알리면 한식 세계화에 도움이 될 것 같다”는 의견도 나왔다. 패션잡지인 ‘패션&뷰티’ 천무이(陳慕怡) 에디터는 “음식은 패션의 일부분”이라고 정의했다. 그는 “홍콩의 패션 잡지는 대부분 음식 소개란을 두고 있는데, 패션에는 음식이 수반되기 때문”이라고 했다. “전통 한복식 패션이 유행하면 한식도 따라서 인기를 모은다”는 것이다. 그는 또 “붉은색이 유행하면 붉은 색소가 들어간 음식, 복고풍 복장이 유행하면 각국 전통음식이 유행하는 경향이 있다. 따라서 한식 세계화를 위해선 현지 패션도 눈여겨볼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홍콩=최형규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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