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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활한 도로소통 우리가 책임져요”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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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산 온양온천역 앞 도로와 온궁로(명동골목)에서 주·정차 단속을 하는 최현주·정윤주·조현옥·박선희(왼쪽부터)씨. 이들은 주·정차단속 외에도 아산을 홍보하는 ‘관광안내’도 맡고 있다. 조영회 기자

19일 오후 2시 아산시 온양온천역 앞 도로. 푸른 제복을 입고 흰색 모자를 쓴 여성 2명이 도로에서 주·정차 단속을 하고 있다. 한 속에는 무전기, 한 손엔 주·정차위반 단속 스티커를 들었다. 한 여성이 도로변에 비상등을 켜놓고 잠시 주차 중인 승용차로 다가가 “여기는 주·정차 금지구역입니다. 이동주차 하세요”라고 말했다. 차량 운전자는 미안하다는 뜻으로 손을 흔들며 곧바로 출발했다. 이들은 아산시에서 나온 주차단속원으로 4명이 2인 1조로 온양온천역 앞 도로와 뒤편 온궁로(명동골목)를 돌며 주·정차단속을 한다. 이들 때문에 아산시의 대표적 중심가인 이 곳이 차량소통이 원활해졌다. 얼마 전까지만 해도 하루 종일 차량정체를 빚었던 이 도로가 확 달라졌다고 한다. 골목 뒤편에 있는 ‘차 없는 거리’인 온궁로(명동골목)는 아예 차량이 오가는 모습이 찾아보기 어렵다. 온궁로는 지난해 차 없는 거리로 지정됐지만 실제로는 상인들과 손님들이 끌고 나온 차량들로 사람들의 통행조차 어려웠다. 단속요원들은 오전 9시부터 오후 6시까지 주차단속을 한다.  

도로를 오가는 차량들은 정차를 했다가도 주차단속원들이 다가가면 금새 꽁무니를 내뺀다. 단속에 걸려 딱지라도 뗄까 걱정이 돼서다. 하지만 이들은 무작정 단속을 하지 않는다. 1~2분 가량 정차한 차량은 한 두 번 경고를 한 뒤 그래도 듣지 않으면 스티커를 발부한다. 이들이 하루 평균 발부하는 스티커는 5~6장에 불과하다. 이들의 배치목적이 ‘단속’이 아니라 ‘계도·안내’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불미스러운 일(운전자들의 거친 항의나 도주)이 발생할 것에 대비해 무전기를 통해 단속차량과 수시로 연락을 한다.

처음에 이들이 배치됐을 때 일부 상인들은 “단속을 심하게 하면 손님이 끊긴다”며 곱지 않은 시선을 보냈다고 한다. 단속원들의 뒤통수가 따가웠던 것은 당연지사. 하지만 지금은 이들이 지나갈 때마다 노점상이나 점포 주인들이 “고생한다”며 음료수를 건네거나 응원을 보낸다. 조현옥(44·여) 단속원은 “주변에서 주차단속을 할 때 험한 일을 당하지 않을까 걱정하는 데 그런 일은 없었다”며 “단속을 하려고 다가가면 오히려 미안하다고 먼저 말한다”고 말했다.

◆강희복 시장 “단속요원 배치하자” 아이디어=강희복 아산시장은 3월 온양온천역 주변을 찾았다 극심한 교통체증을 보고 “어떻게 해결할까” 고민했다고 한다. 역 남쪽 도로는 아예 주차장이나 다름 없어 대책마련이 시급했다. 단속차량을 투입해 하루 종일 딱지를 떼자니 시민들의 불만이 터져나올 테고 보고만 있자니 도로가 주차장이 될 게 뻔했다. 강 시장은 “여성단속원을 배치해 주차단속도 하고 온양온천역에서 내린 손님들에게 관광안내도 맡기면 어떻겠느냐”고 아이디어를 냈다.

이후 일은 일사천리로 진행됐다. 아산시 교통행정과 김동혁 팀장은 아산시취업정보센터에 의뢰해 신청자를 받았다. 지원자만 수십 명에 달했고 면접을 통해 4명이 최종 선발됐다. 이들은 한 달여간 친절교육과 현장실습 등을 마치고 13일 현장에 투입됐다. 4명 모두 아산에 사는 주부다. 오전 9시부터 오후 6시까지 일하다 보니 가정일과 병행도 가능하다. 토·일요일에도 두 명씩 교대로 근무한다. 한 달 급여는 120여 만원으로 많은 액수는 아니지만 4대 보험과 점심식사 비용을 지원받는 점을 감안하면 그다지 나쁜 여건은 아니다. 더욱이 ‘기간제’이기는 하지만 공무원 신분이라서 자부심도 남다르다. 주차단속원 최현주(35·여)씨는 “수십 명이 겨룬 경쟁을 통해 선발됐고 공직에 근무한다는 것에 자부심을 느낀다”며 “아산 도심을 깨끗하게 만들고 도시를 홍보하는 역할을 하는 데도 기여할 것”이라고 말했다.

주차단속과 계도활동을 펴는 여성주차단속원.

◆‘1석3조’ 대표적 사업=주차단속원 배치는 ‘1석3조’의 효과를 거둔 대표적 사업으로 꼽힌다. 일자리 창출과 교통지도, 관광안내 등 아산시 당면과제 3개를 한꺼번에 해결한 것이다. 여성들을 주차단속원으로 채용한 것은 충남지역 16개 시·군 가운데 처음이다. 전국에서도 이 같은 사업을 도입한 경우가 드물다고 한다. 이 때문에 다른 시·군은 물론 타 시·도에서도 이 사업에 대한 문의가 이어지고 있다.

단속원들은 모두 취업이 어려운 여성, 그 중에서도 30~40대 주부들로만 구성됐다. 비록 4명에 불과하지만 아산시는 시민들의 호응과 관광객들의 반응이 좋으면 인력을 확대할 방침이다. 계도위주의 교통지도도 운전자의 만족도가 높다. 특히 운전자가 사정을 말하면 “한 두 바퀴 돌고 오면 된다”고 알려주기도 한다. 이들은 아산을 찾은 관광객들에게 홍보도우미 역할도 한다. 온양온천역을 빠져 나온 승객들이 “좋은 온천이 어디냐” “맛 집 좀 소개해달라”고 하면 위치를 알려주거나 직접 데려다 주기도 한다.

김동혁 팀장은 “이들을 현장에 배치한 지 일주일밖에 지나지 않았지만 반응이 좋다”며 “단기간에 효과를 거둔다기 보다는 시민들에게 편안한 서비스를 제공할 것”이라고 말했다.

신진호 기자

아산시 여성주차단속원은

· 인원 : 4명(아산에 거주하는 주부)

· 소속 : 아산시 교통행정과

· 근무지 : 온양온천역 주변, 온궁로(명동골목)

· 근무시간 : 오전 9시~오후 6시

· 주요 임무 : 불법 주·정차단속, 교통지도·계도, 관광안내, 노약자 보행안전지도

· 하루 평균 단속 건수 : 5~6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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