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존 업체들은 밀가루와 메줏가루, 엿기름을 발효하고 난 뒤 고춧가루와 마늘을 섞었다. 먼저 재료를 섞으면 맛을 균일하게 내기가 힘들었기 때문. 하지만 연구팀은 집 고추장처럼 처음부터 모든 재료를 섞어 발효해 재료들 간의 조화로운 맛을 추구하기로 했다. 메주를 발효하는 종균도 새로 찾기로 했다. 두 명이 조를 짜 전국의 고추장 맛 좋은 음식점을 돌았다. 유리병에 고추장을 얻어와 1000여 종균을 분석했다. 종균을 찾아 배양해 메주를 2~3일간 띄운 뒤 한 달을 기다려야 고추장이 나왔다. 균일한 맛을 내려고 고민 끝에 콩과 밀가루를 섞은 것에 직접 균을 넣었다.
합성 보존료 대신 주정을 넣어 보존제 역할을 하게 하는 것도 어려웠다. 너무 많이 넣으면 술 냄새가 났고, 너무 적게 넣으면 곰팡이가 폈다. 2년여 연구 끝에 89년 1월 ‘순창 고추장’(사진)이 나왔다. 그런데 여름이 되자 예상하지 못했던 일이 일어났다. 당시 입사 3년차였던 대상 안영후 장류담당 그룹장은 “합성 보존료를 쓰지 않은 고추장이 기온이 오르자 발효되며 여기저기서 터져 ‘고추장 폭탄을 파느냐’는 항의 전화가 빗발쳤다”고 회고했다. 재료를 좀 더 균일하게 섞으면서 고추장 폭탄이 줄었다. 판매량은 4만t. 국민 한 사람이 1㎏씩 먹은 꼴이다.
최지영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