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차로]호당가격제 폐지 둘러싸고 화랑가 '술렁'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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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4면

호당가격제 폐지를 둘러싸고 화랑가가 시끄럽다.

불황시대에 살아남기 위한 생존전략으로 일부 대형화랑이 소장품 할인판매전을 연데 이어, 국내 대표급 화랑인 갤러리현대가 지난 3일부터 22일까지 '호당 가격없는 작품전' 을 열고 호당가격이 아닌 작품당 정찰제 판매에 나서자 전체 화랑가가 술렁이고 있는 것. 군소화랑들은 지난 몇십년동안 호당가격제를 주도해온 갤러리현대가 경기가 나빠졌다고 호당가격제 폐지를 주장하면서 전체 미술시장을 흔들어놓고 있다며 크게 반발하고 있다.

이에 대해 갤러리현대 박명자 사장은 "호당가격제가 유지되온데는 나를 비롯한 화상들의 책임이 크다" 고 인정하면서도 "작품의 질 (質) 과는 상관없이 작가의 유명세에 따라 '1호당 얼마' 라는, 크기로 가격을 결정하는 기형적인 호당가격제는 이제 없어져야 한다" 고 주장한다.

IMF시대에 도태되지 않고 살아남으려면 작가들도 자존심을 버려야 한다는 이야기다.

실제로 지난해까지 호당 8백만을 고집하던 원로작가 K씨도 이번 전시에 화랑측이 제시한 절반 수준 가격으로 작품을 내놓았다.

지금까지 미술시장은 실거래 가격과는 상관없이 작가 스스로 매기는 값에 따라 작품값이 결정됐다.

그것이 쌓여 유명작가 대부분이 호가 (呼價) 와 판매가가 큰 차이를 보이는 이중가격을 형성해왔다.

미술계는 왜곡된 미술시장을 바로잡기 위해서는 이번 기회에 호당가격제 폐지등 불합리한 미술품 가격의 전면적인 재조정을 해야 한다는 의견을 보이고 있다.

안혜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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