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념식 끝에 ‘2009마리 나비 날리기’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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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5·18민주화운동 29주년 기념식은 대통령이 불참한데다 옛 전남도청 별관보존 논란으로 5·18단체간 갈등을 빚어 다소 맥 빠진 분위기 속에 치러졌다.

추모열기를 이끌던 5·18단체 내분으로 일부 행사차질이 우려되기도 했으나 희생자 영령들에 대한 추모의 뜻을 퇴색시켜서는 안 된다는 공감을 이뤄 큰 소란은 없었다.

18일 오전 광주시 북구 운정동 국립5·18민주묘지 기념식장에서 5·18민주유공자유족 회원 등이 옛 전남도청 철거에 반대하는 팻말을 들고 있다. [뉴시스]


통상 5·18단체 대표가 해 오던 기념식 경과보고를 올해는 단체들끼리 힘겨루기를 한 탓에 장갑수 광주지방보훈청장이 대신 맡기도 했다. 기념식장엔 2000석 정도의 좌석이 마련됐으나 절반 가까이 비어 예년과 대조를 이뤘다.

○ … 행사장 안에서 ‘옛 전남도청 별관 철거 반대’ 라고 쓰인 피켓을 들고 있던 유족 등 5·18단체 관계자 20여명은 기념식이 끝나자 민주당 박주선 의원에게 몰려가 항의하기도 했다.

이들은 박 의원에게 “왜 옛 도청별관 철거에 일방적으로 합의했느냐”고 따졌다. 이 과정서 박 의원이 5·18단체 회원에게 멱살을 잡혀 휘청거렸다. 박 의원은 옛 도청별관 보존을 두고 갈라선 5·18단체와 문화체육관광부를 중재하는데 앞장섰다.

○ … 이날 기념식 마지막 순서로 참석자들이 ‘2009마리 나비 날리기’를 벌여 눈길을 끌었다. ‘나비의 고장’인 함평군은 최근 몇 년간 기념일에 연도와 같은 수의 나비를 날리는 행사를 열어왔으며, 올해 처음으로 기념식에 포함됐다. 죽은 사람의 영혼이 나비로 환생한다는 믿음이 전해 내려와 5·18영령들의 환생을 바라는 뜻에서 나비를 날렸다고 함평군 측은 전했다.

○ … 광주 12개 고등학교를 대표해 기념식에 참석한 학생들은 종이학 1만개를 담은 통을 들고 들어섰다. 이들은 기념식을 마치고 이 종이학을 5·18당시 시민군 대변인 역할을 하다 숨진 윤상원 열사의 묘에 바쳤다. 학생들은 5·18의 숭고한 정신과 의미를 되새기기 위해 학교별로 직접 종이학을 접었다고 말했다.

○ … 국립5·18민주묘지 주변에선 예년과 달리 학생·진보단체의 집회나 기자회견이 열리지 않았다. 경비인력도 지난해 5분의 1 수준인 2000여명에 그쳤다. 대학생 등 참배객들로 북새통을 이루던 5·18묘지 뒤편의 구 묘역(망월동 묘역)은 이날 하루 참배객이 손가락을 꼽을 정도로 한산했다.

천창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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