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표결 후유증]조순 한나라당 총재 기자회견…"총리서리는 여당 각본"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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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9면

한나라당의 조순 (趙淳) 총재는 3일 김종필총리서리 임명 및 2일의 총리임명동의안 표결 파동과 관련해 여권을 비난하며 강도높은 대응방침을 천명했다.

그는 긴급기자회견에서 "여당은 총리서리 체제를 강행하기 위해 의도적으로 투표중단 사태를 야기시켰다" 며 "신여권의 이같은 변칙적인 국정운영은 국민들에게 용서받을 수 없을 것" 이라고 강조했다.

趙총재는 "정부.여당이 혼란과 문제의 심각성을 알면서도 지난달 28일 기습적으로 정부조직법을 공포한 것 역시 총리서리 체제를 염두에 둔 포석이었다고 본다" 고 '각본설' 을 주장했다.

그는 "향후 벌어지는 모든 사태의 책임은 전적으로 여당에 있다" 면서 "서리체제의 부당성과 위헌성을 국민앞에 밝히고 국회파행의 문제점을 낱낱이 지적해 나가겠다" 고 다짐했다.

- 여당은 재투표를 요구하고 있는데….

"투표는 완전한 적법이었고 하자가 없었다.

투표를 하지 않은 의원들은 기권이라고 볼 수밖에 없다.

여당이 정 원하고, 투표를 하지 못한 의원들이 (투표를) 하겠다고 하면 이것도 임시국회를 소집해 처리하겠다.

그러나 무효주장은 근거가 없다."

- 김종필총리서리 직무집행정지 가처분신청을 내기로 한 배경은.

"법적인 문제를 가지고 정치적인 큰 문제를 해결하게 된 이 상황은 대단히 실망스럽다.

그러나 총리임명 동의안의 표결결과가 나오지 않은 상태에서 서리임명은 대단히 잘못된 것이다.

안타깝고 실망스럽다.

분명히 법적으로 문제가 있다.

대통령탄핵은 생각지 않고 있다."

- 당론과 배치되는 행동을 한 의원들의 처리는 어떻게 할 생각인가.

"당론수립 과정에서 다른 의견을 밝힌 의원도 의총에서는 승복했다.

일치단결하는 모습을 보였기 때문에 모든 일을 민주적으로, 제1당답게 처리했다.

징계할 생각은 없다."

- 고건 (高建) 총리의 제청으로 조각이 이뤄진 데 대한 평가는.

"나가는 정부의 총리가 국정의 책임을 지고 들어오는 사람들을 제청하는 것은 논리적으로 옳지 않고 형식만 맞추려는 처사에 불과하다.

바둑에서 한번 큰 악수 (惡手) 를 두면 그 다음에도 악수가 나오는 것과 같은 이치다.

총리임명동의 과정에서 무리를 하니 궁여지책으로 이런 발상이 나오는 것이다."

서승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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