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문단 전모 본격정리 '일본 현대문학사' 출판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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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5면

우리 독자들에게 일본문학은 아직 낯설다.

80년대 후반 무라카미 하루키가 혜성처럼 나타나 서점가를 휩쓴 후 무라카미 류, 시마다 마사히코등이 알려지고 우리의 많은 젊은 작가들이 영향을 받고 있지만 그들이 일본에서 어떤 의미를 지닌 작가들인지 알 수 없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문학이 한 사회의 시대정신과 문화를 가장 잘 반영할 수 있는 장르라는 점을 생각하면 이는 곧 일본에 대한 참혹할 정도의 무지를 드러내는 것이다.

호쇼 마사오등 현재 활동중인 비평가와 학자 5명이 공동저술한 '일본 현대 문학사' (문학과지성사刊) 는 우리에게 일본문단의 전모와 함께 일본사회 자체를 보여주고 있다.

1927년을 일본 현대문학의 기점으로 잡고 있는 이 책은 전쟁 등 일본사의 주요 사건을 기준으로 문학사를 5부로 나누어 80년대 문학까지를 정리해 놓고 있다.

문단사적인 성격보다는 그때 그때의 사회적 이슈가 문학에 어떻게 영향을 끼쳤는지 분석해 놓은 정신사적 성격이 강한 것이 특징. 일본 사회에서 신으로 여겨졌던 천황이 전후 인간으로 전환한 것에 소설가 미시마 유키오는 할복 자살로 항거했고 물질만능의 80년대 젊은이들의 방황은 무라카미 하루키의 소설을 만들어 냈다.

현대문학 태동기 등 같은 시대 우리 문학의 전개양상과 비교해 볼 수 있는 부분도 많다.

식민지 시대 우리 문학의 양상도 비교적 자세히 기록되어 있는데 조선문인협회 창설등 친일예술인들의 족적을 일본의 관점에서 기록해 놓아 흥미롭다.

조선어를 버리고 일본어를 사용했던 일 등이 일본의 강요에 의한 것임을 인정하고 있다.

번역을 맡은 고재석 (동국대 교수) 씨가 작가나 저서 등 관련사진 6백여장을 각 페이지마다 배치해 놓아 보다 실감 있는 이해를 돕고 있다.

양지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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