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이야기] 락앤락 아산공장 … 밀폐용기로 세계를‘잠근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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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산공장 건물 모습. [조영회 기자]

“내가 미국에서 공부할 때 ‘락앤락’이라는 가정용 밀폐용기를 써봤는데, 김치 국물 한 방울 새지 않더라고. 역시 미국은 기술력이 우리하고는 비교가 안 돼.”

최근 한 대학의 교수로부터 들은 얘기다. 이 교수가 ‘(주)락앤락’(lock&lock)이 우리나라 토종 브랜드라는 사실을 모르고 한 말이다.

많은 사람들이 모르는 사실 한 가지가 더 있다. 세계 100여 개 국가에 수출되는 글로벌기업으로 성장한 락앤락 생산시설이 아산에 있다. 아산시 선장면 가산리 공장에선 270여 명의 임직원들이 구슬땀을 흘리고 있다. 락앤락은 2012년까지 세계 밀폐용기 분야 1위, 초일류 기능성 밀폐용기 전문 브랜드로서의 입지를 확실히 다지려 한다. 삼성전자·현재자동차 등과 함께 아산의 큰 자랑으로 떠오르는 락앤락 아산공장으로 가보자.

◆글로벌 브랜드 ‘락앤락’=‘락앤락’은 한번 더 잠근다는 뜻이다. 뚜껑을 닫으면 한번, 날개를 접으면 두 번이다. 창업주인 김준일 대표이사가 1978년 회사설립과 함께 최초로 개발했다. 지금은 이른바 ‘4면 결착 밀폐용기’가 일반화 돼 있지만 당시로서는 획기적인 아이디어 상품이었다.

나이 든 분이라면 누구나 도시락 속 김치 국물이 새는 바람에 버스 안에서 낯을 붉힌 학창시절 경험이 있을 것이다. 그러나 락앤락이 등장한 이후 이런 일은 사라진 옛날 얘기가 됐다. 2004년 인천에 있던 공장과 아산 선장면 궁화리에 있던 1, 2공장을 묶어 지금의 가산리 공장으로 통합했다. 현재 104개국에 수출하고 있고 2012년까지 수출국가를 130개국으로 확대할 계획이다.

소비자 욕구에 맞춰 연간 100여가지 이상의 신제품을 생산하고 있다. 현재 68개국에서 1022건의 특허, 상표, 의장을 획득하며 기술 강국 대한민국의 위상을 높이고 있다. 국내에는 아산공장과 용인 물류센터가 있고 중국(위하이, 만산, 쑤저우)과 베트남(5월 준공예정)에 생산·판매법인이 있다. 미국 LA에도 법인이 있고, 태국에 판매법인, 캐나다·인도에 지사가 있다.

2003년 미국 홈쇼핑 시장에 진출, 대박을 터뜨리면서 밀폐용기 분야 세계 3대 기업 중 하나로 우뚝 섰다. 영국 왕실지정 백화점에서도 락앤락을 만나 볼 수 있다. 중국은 물론 베트남·태국·인도 등 이머징마켓(신흥시장)에 직접 진출, 공격적인 마케팅을 펼치고 있다.

특히 중국시장은 지난 5년 동안 90배 이상 매출이 성장했다. 2008년 한 해 동안 1100억원의 매출을 달성, 락앤락 전체 매출의 3분의 1을 차지했다. 현재 중국 전역에 퍼져있는 1000여 개의 매장을 3000여 개로 확대한다는 계획이다.

◆인간경영=‘락앤락’이 2004년 10월 인천과 아산 선장면 궁화리 1, 2공장을 지금의 가산리 공장으로 통합할 때 직원 306명 중 50여명의 잉여인력이 발생했다.

그러나 이 회사는 구조조정 보다는 일자리를 나누는 방법을 선택했다. 대부분의 사출기업체들이 2조 2교대 근무 방식을 선택하고 있지만 3조 2교대 방식을 도입했다. 4일 동안 12시간씩(주 56시간) 일하고 이틀을 쉬는 방식이다.

한 달에 하루는 8시간 동안 인성, 안전, 건강 교육 등 다양한 평생학습 교육을 전문강사를 초빙해 실시하고 있다. 직원들과 서울 서초동 예술의 전당을 찾아 문화예술공연을 함께 보기도 한다. 사람을 중시하는 이 같은 경영으로 품질불량이나 안전사고도 도입 직전보다 3분의 1 이하로 감소했다.

2004년 인천공장을 옮기면서 24개 외주 협력사 모두가 아산에 함께 내려왔다. 협력사 대부분이 아산에서 인력을 채용하고 있다. 협력사 중에는 가산리 공장보다 규모가 큰 공장도 있으니 지역으로서는 적지 않은 덕을 보는 셈이다. ‘락앤락’은 세계적인 경기침체 속에서도 올해 1월을 시작으로 총 4회 공채를 진행해 130명의 인재채용 계획을 밝혔다. 락앤락 아산공장 윤조현 공장장(상무)는 “지난해 매출 3000억원을 달성했다. 올해는 전년 대비 30% 이상 성장을 목표로 하고 있다. 핵심역량 부문에 지역인재를 적극 발굴해 투자할 방침”이라고 말했다.

  장찬우 기자

<락앤락 연혁>

· 1978년 국진유통㈜ 설립

· 1994년 하나코비㈜ 상호변경 인천남동공단 이전

· 2006년 중국 북경 판매법인 설립

· 2007년 지주회사와 생산·판매법인을 묶어 ‘락앤락’으로 통합

· 2009년 중국 상해인기브랜드 1위 3년 연속 수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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