테마공원이냐, 남북관통 도로냐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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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면에 보이는 온양온천역의 아래 공간 활용방법을 놓고 논란이 계속되고 있다. 시는 온천테마공원을 만들려 하고, 일부 주민들은 도로가 남북으로 크게 뚫리길 원하고 있다. 조영회 기자

“온양온천역 아래에 뭘 만들어야 하나?” 온천테마광장이냐, 시원하게 뚫린 남북연결 ‘충무대로’냐. 지난해 수도권 전철 연장 개통으로 온양온천역이 고가화되면서 빚어진 역사(驛舍) 하부공간 활용 논란이 수개월째 계속되고 있다.

최근 아산시가 테마광장에 충무대로를 대신해 남북 연결 2차로를 만들기로 하자 그 적절성 여부가 도마 위에 올랐다. 남북 관통도로 요구 주민들의 반발을 잠재우려는 조치가 새 불씨를 지핀 것이다.

도시계획·건축 전문가들은 “남북연결 2차로가 남북은 물론 동서 방향 차량 흐름을 방해할 것”이라는 의견을 내놨다. 그리고 아산발전추진위원회 등 일부 시민들은 여전히 광장 대신 왕복 4차로의 충무대로 개통만을 고집, 항의집회에 나설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시는 당초 온양온천역 아래 공간(1.95km, 5만5000㎡)에 온천테마 허브공원을 조성할 계획이었다. 9월까지 70억원의 예산을 들여 족욕탕과 각종 체육시설을 갖춘 광장공원을 완공할 예정이었다. 그러자 아산발전추진위원회가 “시가 역을 통과하는 남북 간 관통도로(충무대로)를 개통한다고 약속해 놓고 갑자기 계획을 뒤집었다”며 시민 5000여 명의 서명을 받아 감사원과 국민권익위원회, 충남도에 민원을 제기했다.

사업추진에 어려움이 예상되자 시는 지난해 말 광장을 끼고 돌아가는 남북연결 2차로를 개설하기로 계획을 수정, 공사에 들어간 것이다.

◆"충무대로 원래 없다”=시에 따르면 아산발전추진위원회 등 일부 시민들이 알고 있는 충무대로는 도시계획에 없는 도로다.

노종관 시 도로과 도로2팀장은 “시장 공약사항에 나와 있는 남북 관통도로는 기존 3개 도로(송악네거리, 현대홈타운, 팔래스호텔)의 확장을 의미한다. 온양온천역 하부공간을 관통하는 남북 연결도로는 약속한 바 없고 도시계획 결정사항도 아니다”고 밝혔다.

아울러 그는 “시가 공사 안내문 등에서 밝힌 충무로(대로 3-10) 계획은 온양온천역 남쪽 미개통 구간 130m로, 이는 철도시설공단에 보낸 협조 공문에서도 확인 할 수 있다”고 해명했다. 감사원 역시 아산발전추진위원회 감사청구에 대해 “아산시의 광장공원 조성사업은 도시계획도로로 결정된 사항을 절차 없이 번복한 사안이 아니기 때문에 감사대상이 아니다”는 결론을 내렸다.

‘휘어진 2차로’(가운데)가 포함된 온천테마공원 조감도.

◆“밀실행정 소산”=그럼에도 아산발전추진위원회 등 주민들은 아산시를 믿지 못하고 있다. 아산발전추진위원회 이종암 위원장은 “시가 2003년 내건 공사안내문에 ‘역사를 관통하는 도로를 만든다’고 설명하고 있다. 설사 도시계획에 없더라도 남북 간 균형발전과 원도심 교통난 해소에 중요한 기능을 할 수 있는 도로 계획을 한 두 사람의 의사결정으로 광장공원으로 둔갑시켜 밀어붙이는 건 밀실행정”이라고 성토했다. 이 위원장은 “그동안 장항선 철로가 도시를 남북으로 두 동강 내는 바람에 남쪽 주민들의 상대적 피해가 컸다. 충무대로는 반드시 개통돼야 한다”고 말했다.

◆휘어진 2차로가 웬말=시의회도 충무대로 개통을 요구하고 나서는 등 압박하자 시는 지난해 말 광장공원을 돌아가는 남북 연결 2차로를 개설하기로 계획을 일부 수정했다. 그러나 전문가들이 우려를 밝혔다. 4차로로 진행하던 차량들이 충무로에서 휘어진 2차로로 진입하다 보면 오히려 남북은 물론 동서방향으로 진행하는 차량들의 소통까지 막을 것이라는 지적이다. 이 2차로는 너더리길 등 주변 남북연결 도로와 불과 100~200m 정도 밖에 떨어져 있지 않다. 도심 한복판에서 가다 서다를 반복하다 보면 만성적인 정체현상을 빚을 것이라는 분석이다.

순천향대 이태희 건축과 외래교수는 “아산시는 충무대로 개통이나 광장공원 조성 중 하나를 택했어야 한다. 광장공원을 돌아가는 2차로 공사는 절충안이 아니다. 도로는 도로대로, 광장은 광장대로 제 기능을 하지 못하게 될 것이다. 각종 개발 사업으로 남북을 오가는 교통수요가 갈수록 늘 것으로 예상되는 상황에서 2차로 남북 연결도로는 적지 않은 문제가 될 것”이라고 평가했다.

이에 대해 노종관 도로2팀장은 “8차로(송악네거리, 홈타운, 너더리. 팔래스)에 불과하던 남북 연결도로가 향후 20차로 이상으로 확대되기 때문에 남북 소통에는 큰 문제가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송악네거리’와 ‘홈타운’ 앞 도로는 현재 2차로에서 4차로로 확장됐고, ‘나이키’ 골목길과 ‘팔래스호텔’ 등은 도로 공사가 진행 중이거나 예정돼 있다.

아산시민모임 김지훈 사무국장은 “광장공원과 충무대로, 모두 나름의 명분과 타당성을 가지고 있어 정책 결정이 쉽지 않은 사업이다. 여론이 수렴된 합리적인 계획을 세워 추진해야 한다”고 말했다.

장찬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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