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컴퓨터 2000년 밀레니엄버그]어떤일 일어나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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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7면

세기말적 재앙이 다가오고 있다.

2000년 1월 1일 0시가 되는 순간 생활의 근간인 컴퓨터.통신장비등의 날짜 인식기능이 마비돼 대혼란이 발생할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우리나라는 정부.민간 모두 '어떻게 되겠지' 하는 안이함속에 시간만 보내고 있다.

과연 컴퓨터 2000년문제는 무엇이고 국내외의 대비 실태는 어떤지 긴급 점검해 본다.

'어느날 병원에서 의료보험기록이 없어졌다고 진료를 거부한다. 구청에 가보니 주민등록이 말소되고 대신 돌아가신 할아버지가 살아있는 것으로 나타난다.

은행에선 이자가 마이너스로 나타나고 얼마전 개설한 계좌가 날아가버렸다.

지갑에 있던 신용카드는 무용지물이 돼버렸다.

악운 (惡運) 은 거기서 그치지 않는다.

갑자기 엘리베이터가 서고 공항의 비행기 이.착륙이 연기된다. 심지어 원자력발전소가동이 중단되고 미사일이 잘못 발사된다.

세계는 순식간에 아수라장으로 변했다.'

공상과학소설에 나오는 내용이 아니다.

오는 2000년 1월1일 컴퓨터가 연도를 잘못 계산하면서 실제로 일어날 수 있는 시나리오다.

소위 '밀레니엄버그' 라 불리는 시한폭탄이 전세계를 옥죄고 있다.

2000년문제는 어느 한 분야에 국한되지 않고 사회 모든 분야로 파급된다는 점에서 심각하다.

인간생활은 날짜를 기본으로 하고 있기 때문이다.

미국.일본 등 선진국들이 2000년문제해결에 발 벗고 나서는 것도 자칫 때를 못맞추면 천문학적 수준으로 들어갈 사회적 비용을 미연에 방지하자는 의도다.

하지만 우리나라의 대처능력은 한심할 정도다.

그 이유는 2000년문제에 대한 해결책을 비용측면에서만 보기 때문이다.

하지만 잘 만든 해결프로그램을 개발할 경우 유망수출품목으로 키울 수도 있다.

미국의 정보처리업체 EDS사는 2000년문제 해결과 관련해 세계 각국의 정부와 기업체가 쓸 돈을 6천억달러로 추정하고 있다.

생각만바꾸면 2년도 채남지 않은 기간중에 노다지시장이 눈앞에 펼쳐져 있는 셈이다.

이를위해 2000년문제 전문가들은 일단 문제해결방식부터 조직적이고 체계적으로 바꾸라고 권한다.

한국정보산업연합회 윤태권 (尹泰權) 부장은 "정말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다.

정부따로 기업따로식으론 곤란하다" 며 "정부와 기업체가 공동으로 참여하는 공동대책기구를 만들고 중소기업에 대해서는 특별보조금지원등 정부차원의 지원책이 마련돼야한다" 고 강조했다.

정보통신부 유영환 (柳英煥) 기획총괄과장 역시 "정부에서도 문제를 심각하게 보고 있다" 며 "4월경 행정자치부주관으로 중앙부처 대책회의를 가져 예산문제.중소기업지원문제 등을 폭넓게 협의할 계획" 이라고 말했다.

컴퓨터2000년문제는 이미 초읽기에 들어갔다.

예고된 시한폭탄을 불발탄으로 만들기위해서는 "지금 당장 착수하라" 는 것이 전문가들의 일치된 목소리다.

하지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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