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민우회·돌꽃모임, 지하철 성추행방지 퍼포먼스 행사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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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4면

지난달 19일 낮12시 을지로입구 역. 난데없는 북소리가 행인의 시선을 잡아끈다.

소리 나는 곳을 바라보니 검은 옷에 마스크를 쓴 여성들이 늘어서 있는데. 지하철 손잡이를 잡은 듯 한 팔을 들고 있는 이들 앞에 한 남자가 나타나 이들의 몸을 만진다.

그가 만진 자리에 남는 손자국. 결국 피해자들의 지목으로 남자는 붙잡히고 그의 목에는 '지하철 성추행범 - 벌금 3백만원 이하,징역 1년 이하' 라고 쓴 판자가 걸린다.

이에 시민들이 합세해 여성들의 몸에 남은 '손자국' 을 떼어내고 성추행범에게 던지는 것으로 상황 끝. 물론 실제상황은 아니다.

한국여성민우회 고용평등추진본부와 돌꽃모임이 함께 한 지하철 성추행 방지를 위한 퍼포먼스인데 오죽하면 이런 일을 벌여야 하나 싶다.

민우회.돌꽃모임이 지하철 여승객 1천38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실시한 결과 성추행을 당한 경험이 있는 여성은 75.2%.지하철 내 성추행 방지방송이 필요하다는 의견도 97.2%에 달했다.

이에 민우회와 돌꽃모임은 서울시장.지하철공사 사장등에 면담을 요청하는 한편 지난달 14일과 19일 퍼포먼스와 거리캠페인을 벌인 것. 이를 지켜보던 시민들의 반응. "저런 ×들은 혼을 내줘야 해. " (여성) "별 짓을 다 하네. " (대부분의 남성들) '별 짓' 에 비해 성과는 컸다.

지하철공사는 오늘부터 지하철 성추행방지방송을 실시한다.

김현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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