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안 월 스트리트 저널]영국 제약사 글락소-스미스 클라인 M&A 무산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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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4면

사상 최대의 기업인수.합병 (M&A) 계획을 발표해 큰 관심을 모았던 영국 제약회사 글락소 웰컴 (GW) 과 스미스클라인 비첨 (SB) 의 주가가 합병 무산으로 급락하고 있다.

합병 무산을 발표한 다음날인 지난달 24일 GW의 주가는 11%나 폭락, 주당 55.50달러로 떨어졌고 SB의 주가도 9.1% 떨어진 60달러를 기록했다.

이날 양사의 주주들은 주가 폭락으로 무려 1백90억달러의 자산 손실을 입었다.

양사간 합병 무산의 가장 큰 이유는 GW측이 당초 약속과 달리 합병 이후 새 기업의 최고경영자 자리를 SB의 잔 레쉴리 사장에게 넘겨주지 않겠다고 밝혔기 때문이다.

GW는 또 새 기업의 주요 자리도 GW가 맡아야 한다고 요구했다.

협상 결렬이후 양측은 "레쉴리는 믿을 수 없는 인물" (GW) , "이런 황당한 경우는 처음" (SB) 이라며 감정적인 대립마저 보였다.

SB측은 "GW은 우리와 합병하려는 것이 아니고 우리를 인수하려는 것처럼 행동하고 있다" 고 비난했다.

양사는 협상 결렬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협력 파트너가 필요한 처지다.

전문가들은 SB의 경우 누군가와 합병하지 않고는 현재 직면한 경영상의 어려움을 극복하기 어려울 것이라고 말하고 있다.

SB의 주력 품목인 항생제 오그멘틴과 관절염 치료제 렐라펜의 특허권이 2002년에 소멸되기 때문에 SB는 새로운 약품을 연구.개발하기 위한 투자가 절실하다.

SB는 매출 증가보다 연구개발 투자비용이 더 빨리 늘어나 경영에 압박을 받고 있다.

지난해 SB의 연구개발 투자는 전년도에 비해 17%나 증가했다.

GW도 역시 문제를 안고 있다.

세계적 히트 상품인 위궤양 치료제 잔탁의 독점권이 지난해로 끝났으며 큰 기대를 모았던 간염치료제의 상품화가 임상 실험 과정에 걸려 연기되고 있다.

물론 현재 세계 1위의 제약회사인 GW는 여전히 수익성이 좋아 SB처럼 다급한 입장은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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