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초 계획보다 채용 늘리는 30대 그룹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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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가는 지금 취업을 위해 ‘열공’ 중이다. 17일 서울대 학생들이 일요일임에도 불구하고 도서관 열람실을 가득 메우고 공부에 열중하고 있다. 경기 침체 속에서도 매출 상위 100 대 대기업의 총 직원 수가 지난 1년 새 9711명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박종근 기자]

 대기업들이 경제위기 속에서도 고용을 늘린 것으로 나타난 데다 앞으로도 채용 전망은 흐리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30대 그룹의 신규 직원 채용 규모가 당초 계획보다 늘어나는 추세이기 때문이다.

전국경제인연합회가 지난달 30대 그룹을 대상으로 올해 신규 채용 규모를 조사한 결과 5만2620명에 달했다. 이는 올 2월 말 ‘고용 안정을 위한 경제계 대책’을 발표하기 이전의 30대 그룹 채용계획(3만6719명)보다 1만5000명이 늘어난 규모다.

구체적으로 16개 그룹의 경우 당초 신규 직원 채용 규모를 3만2702명으로 잡았다가 경제계 대책 발표 이후 20% 이상 늘린 3만9929명을 뽑기로 했다.

당초 신규 채용 계획이 미정이라고 했던 5개 그룹도 8674명을 채용하는 것으로 확정했다. 당초 계획을 그대로 유지하거나 검토 중인 그룹은 9개에 불과했다.

30대 그룹은 신규 채용 인원 숫자에 빠져 있는 인턴 채용 규모도 크게 늘렸다. 19개 그룹이 당초 계획된 인원(2520명)보다 네 배 이상 늘어난 1만4924명을 채용할 것이라고 밝혔다. 19개 그룹 중 9개는 당초 인턴 채용 계획이 없었으나 신규로 뽑을 방침이라고 했다.

전경련의 고용이 노사정책팀장은 “일부 그룹은 인턴 근무 실적을 보고 정규직으로 채용할 계획이어서 고무적”이라고 말했다. 이같이 30대 그룹이 일자리를 늘리기 위해 마련한 재원은 주로 임원들이 반납한 임금과 성과급이었다. 30대 그룹 중 29개는 임원의 임금과 성과급을 삭감하거나 반납 혹은 동결했다.

그러나 30대 그룹의 채용 규모 확대가 전체 고용시장에 미치는 영향은 크지 않을 수 있다는 전망도 있다. 대기업 신규 채용 규모가 전체 취업시장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미미하기 때문이다.

특히 대학생들은 대기업뿐 아니라 공기업 등에 취업하길 선호하는데 이들 분야에선 올해 채용 규모를 크게 줄였기 때문이다. 취업을 준비 중인 대학생들이 눈높이를 낮춰 중소기업으로 옮겨갈지도 의문이라는 지적이다.

전경련의 배상근 경제본부장은 “올해 예상되는 경제성장률에 따르면 30만 개의 일자리가 줄어들 것으로 분석되나 대기업의 적극적인 일자리 나누기와 정부의 재정 확대 노력으로 10여만 개의 일자리는 살릴 수 있을 것”이라며 “대학생들이 눈높이를 낮춰 중소기업을 노크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방안을 마련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심재우 기자 , 사진=박종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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