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총수들 김대중대통령 취임식 대거 참석 "경제개혁 제도화 해주길"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21면

“우리 경제의 새로운 비전을 제시하고 경제난국 극복에 총력을 기울여 달라. ” 25일 취임한 김대중 (金大中) 대통령을 맞는 재계의 요청이다.

이날 열린 제15대 대통령 취임식은 대기업그룹의 구조조정이 재계 최대의 현안으로 대두된 가운데 이뤄진 때문인 듯 기업 총수들이 대거 행사에 참석해 눈길을 끌었다.

대통령직인수위원회가 지난 14대때와 달리 전국경제인연합회 회장단과 고문단 30명을 취임식에 초청한 데 따른 것. 우선 정몽구 (鄭夢九) 현대.구본무 (具本茂) LG.김우중 (金宇中) 대우회장 등 30대 그룹내 대기업 총수만 10여명이 참석했다.

이건희 (李健熙) 삼성회장은 국제올림픽위원회 (IOC) 위원 자격으로 초청받아 참석했다.

이와 함께 김희철 (金熙喆) 벽산.신춘호 (辛春浩) 농심 등 중견그룹 회장들도 한국경영자총협회 회장단 자격으로 자리를 함께 했다.

최종현 (崔鍾賢.전경련 회장) SK회장은 건강상 이유로 취임식엔 불참했지만 이날 오후 열린 경축연엔 참석했다.

이들 외에 한국경영자총협회.중소기업협동조합중앙회 등 각 경제단체 임원과 중소기업인까지 합치면 이날 행사에 참석한 경제인들은 2백여명에 이른다.

경제단체와 주요 그룹은 이와 함께 대통령 취임을 맞아 경제난국 극복.기업정책 관련 주문사항 등을 담은 논평을 일제히 내놓았다.

재계는 특히 자유로운 기업활동 보장과 정치논리 배제.정부규제 최소화 등을 요청하고 “재계도 경영혁신.구조조정 등을 새 정부 출범과 함께 자율적으로 더욱 강도높게 실천해 나갈 것” 이라고 다짐했다.

대한상공회의소는 공식 논평에서 “새 정부는 정책을 무리하게 추진할 경우 또다른 부작용이 생길 수 있음을 감안,가격과 시장에 의한 자유선택기능을 저해하는 각종 정부개입을 폐지하는 등 제도적 여건 조성에 주력해야 한다” 고 말했다.

전경련은 “5년 임기중 국가경쟁력 강화의 새로운 전기가 마련돼 우리 경제의 비전과 활로가 제시되길 기대한다” 며 “시장경제의 대원칙 아래 국민의 자유로운 경제활동이 보장되고 경쟁에 의해 창의와 혁신이 창출되는 경제여건을 조성하고 지속적인 성장잠재력 확충에 총력을 기울여주길 희망한다” 고 말했다.

경총은 “金대통령은 장기적 관점에서 정책을 추진해 당장은 인기가 없더라도 퇴임 후 높은 평가를 받는 대통령이 돼주길 부탁한다” 며 “산업구조조정 과정에서 불가피하게 생기는 실업문제에도 많은 관심을 가져주길 바란다” 고 당부했다.

기협중앙회는 “새 대통령이 중소기업을 민주와 경제발전의 주체로 집중 육성하겠다는 강한 의지를 천명한데 대해 기대가 크다” 고 논평했으며, 무역협회는 “수출회복이 전산업으로 확산되도록 금융대책이 시급히 마련돼야 하며 정부가 기업과 함께 뛴다는 자세로 경제문제에 임해줄 것” 을 요청했다.

한편 현대.삼성.LG.대우 등 주요 그룹들은 “시장경제원리를 정착시켜 모든 경제주체들의 자유로운 경제활동을 보장해주는 한편 경제를 정치.관치.여론논리로부터 해방시켜 자유롭게 흐르도록 해줘야 할것” 이라고 주문했다.

그룹들은 특히 새정부의 개혁작업이 법과 제도의 정비, 즉 '개혁의 제도화' 를 통해 일관성있게 진행돼야 한다고 당부했다.

이재훈·홍병기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