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취임 군통수권 공백 16시간 20분 핫라인 가동해 메웠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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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4면

군통수권이 25일 0시를 기해 김대중 신임대통령에게 넘어갔다.

남북 대치상황에서 국군 최고사령관의 임무교대는 군의 입장에서는 '극비작전' 이다.

특히 이번의 인수인계 작전은 과거와 달라 긴장 속에서 수행했다.

김영삼대통령은 24일 청와대를 떠나면서 "오늘 밤12시까지 통수권 행사에 소임을 다하겠다" 고 다짐했지만 金대통령이 24일 오후5시 청와대를 떠나는 바람에 어정쩡한 상황이 발생했기 때문이다.

88년 전두환 (全斗煥) 대통령.93년 노태우 (盧泰愚) 대통령의 경우는 새 대통령 취임식 당일 아침까지 청와대에 머물렀기 때문에 통수권 관리에 문제가 없었다.

새로운 상황발생에 따라 군과 청와대경호실은 25일 오전9시20분 김대중 신임대통령이 청와대에 입성하는 16시간20분간의 통수사령탑 공백을 어떤 방식으로 메우느냐를 놓고 고심했다.

우선 YS의 상도동, DJ의 일산 자택에 '통수 핫라인' 을 설치했다.

상도동과 일산이 각각 임시 지휘탑이 된 것이다.

핫라인에는 암호기능을 가진 비화기 (비話機)가 장착됐다.

이 시간 김동진 (金東鎭) 국방장관과 윤용남 (尹龍男) 합참의장 및 육.해.공군 참모총장들은 핫라인이 설치된 각자의 관사 또는 부대에서 비상대기했다.

당초 대통령직인수위측과 군당국은 상징적인 통수권 이동 행사를 검토했었다.

25일 0시에 국방장관과 합참의장.각군 참모총장 등 군 지휘부가 일산 자택을 찾아가 하는 신고식이다.

그러나 외국에도 전례가 없고, 모양새가 좋지 않다는 판단에 따라 아이디어 차원에 그쳤다.

미국은 취임식날 핵미사일 발사 코드가 들어있는 블랙박스를 넘겨 주는 것으로 통수권 인계를 대신한다.

이에 앞서 합참은 취임식을 전후한 23일 오전8시부터 26일 오전8시까지 전군 비상경계태세를 발령, 주요 지휘관 및 참모 등이 통신과 지휘가 가능한 곳에서 대기토록 조치했다.

합참은 상황이 발생할 경우 초기대응반과 위기조치반을 언제든지 소집할 태세를 갖추었다.

취임 당일인 25일 오전8시~낮12시 사이에는 합참 작전부장을 반장, 대령 25명으로 구성된 초기대응반이 운영된다.

김민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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