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경식씨 타계로 재일동포 역사자료관 무산위기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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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1면

지난 12일 재일 사학계의 거목 박경식 (朴慶植) 씨의 갑작스런 타계로 재일교포 사회가 큰 슬픔에 빠져있다. 특히 재일 사학계는 박씨의 타계로 그가 생애의 마지막 작업으로 추진해오던 '재일동포 역사자료관' 건립이 차질을 빚지 않을까 크게 우려하고 있다.

재일동포와 재일 사학계는 지난 95년부터 박씨가 수집한 자료를 한군데로 모아 '역사자료관' 건립을 추진해왔다. 건립추진위는 10억엔을 모금, 오는 2000년까지 도쿄 인근에 자료관을 건립한다는 계획을 세웠었다. 그러나 현재 모금액은 정확히 알려지지 않고 있으나 당초 계획 10억엔에는 크게 미치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부지선정 역시 안된 상태다.

추진위의 한 관계자는 "박선생의 타계로 자료정리와 모금사업이 차질을 빚고 있는데다 최근 일본의 경제사정 악화로 재원확보도 쉽지 않다" 고 우려를 표명했다. 박씨가 40년간 수집한 자료는 대략 4만여 점 정도. 재일 사학자 강덕상 (姜德相.66.시가현립대) 교수는 전화 인터뷰에서 "박선생이 수집한 자료는 해방 전후의 삐라.전단 (傳單).고 (古) 신문등 구하기 어려운 희귀자료가 상당수" 라며 자료적 가치를 높이 평가했다. 1922년 경북 봉화 출신으로 7세 때 부친을 따라 도일한 박씨는 도요 (東洋) 대학 사학과 졸업 후 60년대 조총련계 조선대학에서 교수로 재직한 바 있다.

정운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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