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대중당선자 비자금 수사]계좌추적 어떻게 했나…95년 복귀후 물밑조사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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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4면

검찰은 김대중 대통령당선자의 비자금 계좌 추적작업이 청와대 배재욱 (裵在昱) 사정비서관의 지시하에 경찰청 조사과의 주도로 이뤄진 것으로 결론지었다.

수사발표에 따르면 대검 중수부 과장 출신인 裵비서관이 처음 金당선자 비자금 조사를 시작한 것은 金당선자가 정계 은퇴선언을 깨고 정치판에 돌아온 95년 10월. 裵비서관은 金당선자의 비자금으로 보이는 무기명 양도성예금증서 (CD)가 불법적으로 실명전환됐다는 첩보를 입수, 자신의 지휘권 아래에 있는 경찰청 조사과 천사령 (千士寧) 과장에게 자금출처 조사를 지시했다.

당시 경찰청 조사과 요원들은 국민회의 창당자금 등 각종 자금의 출처도 감시했던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裵비서관은 동시에 당시 김용진 (金容鎭) 은행감독원장과 백원구 (白源九) 증권감독원장에게 협조를 요청했고 곧바로 경찰청 조사과 직원 2명, 은감원 검사6국 직원 12명, 증감원 검사총괄국 직원 5명으로 5개 계좌추적팀이 편성됐다.

이 팀은 지난해 9월20일 최종보고서를 완성할 때까지 극도의 보안을 유지하며 金당선자 친인척 41명의 3백42개 계좌를 포함, 모두 7백여개에 이르는 은행계좌를 샅샅이 뒤졌다.

이들 상급자의 지시로 계좌추적에 동원됐던 각 기관 실무자들은 검찰 조사를 받느라 곤욕을 치른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자금 추적자료 작성자인 경찰청 조사과 박규현씨는 "자금추적 내용에 대한 기본적인 사실확인 작업도 없이 상당부분 사실과 다르거나 과정되게 기재됐다" 고 진술했다고 검찰은 밝혔다.

한편 裵비서관은 이원종 (李源宗) 전 정무수석, 김영수 (金榮秀).문종수 (文鐘洙) 전.현 민정수석, 박관용 (朴寬用).김광일 (金光一).김용태 (金瑢泰) 전.현 비서실장 등 상급자들에게도 추적결과를 수시로 보고했다.

그러나 裵비서관의 상급자들은 검찰에서 "裵비서관이 계좌추적 개요만 구두로 가끔 알려주었을 뿐이며 계좌추적을 지시하거나 김영삼 (金泳三) 대통령에게 이를 보고한 적이 없다" 고 진술했다고 검찰은 밝혔다.

문제의 자료가 한나라당측에 건네진 것은 추적이 완료된 직후인 97년 9월말. 裵비서관은 중.고.대학 동기동창인 정형근 (鄭亨根) 당시 신한국당의원과 만난 자리에서 鄭의원이 "이회창 (李會昌) 후보가 밀리고 있는데 지지율 만회책이 없겠느냐" 고 묻자 "김대중후보 비자금 계좌추적 자료가 있는데 활용하겠다면 자료를 주겠다" 고 제의해 鄭의원 손으로 넘어가게 됐다.

鄭의원은 이를 받아 李후보에게 전해주면서 "신빙성있는 자료이니 선거에 활용하도록 당차원에서 공식적으로 대응함이 좋겠다" 는 의견을 제시했다.

김정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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