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대중비자금 추적에 동원된 은행감독원·증권감독원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8면

은행감독원.증권감독원이 김대중 (金大中) 대통령당선자의 비자금조사에 동원됐다는 사실이 밝혀지면서 두 감독원내 '특수조직' 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이번에 직접 조사를 담당한 곳은 은행감독원의 '검사6국' 과 증권감독원의 '검사총괄국' 이다.

은감원 검사6국은 평소 대동.동화은행 등 후발은행 검사와 각 시중은행 전산관련 검사를 담당하고 있지만 청와대.검찰.감사원 등으로부터 요청이 있으면 수시로 직원을 파견하는 등 특수기능이 오히려 주요업무가 되는 부서다.

이번 비자금조사와 관련해서는 지난 95년 10월 청와대 민정수석실에서 “거액의 정치자금이 가.차명계좌를 통해 돌아다니고 있어 조사하고 있으니 전문가를 보내 달라” 는 요청이 왔다는 게 은감원쪽 얘기. 이에 따라 검사역 5~6명을 수시로 파견해 경찰청 수사반의 지휘로 계좌 추적작업을 했다는 것. 하지만 조사과정에 대한 함구령이 내려져 담당검사역만 내용을 알고 있었을 뿐 공식라인엔 보고되지 않았다는 것이 은감원측 주장. 심지어 김상우 (金相宇) 검사6국장 조차 “무슨 조사냐고 물으면 '알고 계시지 않는 것이 좋다' 고만 답변을 들어 위에 보고하지도 않았다” 고 말할 정도다.

또다른 은감원 고위 관계자도 “정부기관의 업무수행에 전문기술을 빌려주는 정도일 뿐 조직적 개입은 없었다” 고 주장했다.

증감원 검사총괄국은 증권.투신사의 정기 또는 수시검사와 관련한 기획업무를 하면서 증권사고의 사후관리를 전담하는 부서. 그러나 지난 96년 6월 이 조직 내부에 갑자기 새로운 부서가 하나 등장했다.

바로 지금도 존재하고 있는 '특수검사과' 라는 곳. 외부에는 특수검사과의 신설목적이 증권사 특별검사의 기획과 증감원장의 특명검사를 위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그러나 그 이전엔 증감원이 검찰.경찰 등 사정 (司正) 기관의 수사협조의뢰가 있을 경우 검사1, 2국 등 해당 부서의 담당자를 선발해 비공식적으로 업무를 맡겼던 점을 고려할 때 특수검사과의 갑작스런 신설배경에 당시 증감원 내부에서도 궁금해했다.

특히 이 부서가 신설된 시점이 청와대가 金당선자의 비자금추적을 위한 자료수집에 한창 열을 올리던 때여서 '정치적 목적' 에 의한 것이 아니냐는 의혹이 끊이지 않았다.

실제로 특수검사과는 96년 12월 경찰청조사과와 함께 대한투자신탁에 개설된 옛 평민당 계좌의 수표추적에 나섰던 것으로 밝혀졌다.

이번 사건을 계기로 이들 감독원안에서는 금융감독위원회 설치를 계기로 정치적 중립성을 확보할 제도적 장치가 마련돼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직원 파견에 일정한 '선' 을 긋지 않으면 결국 이런 일이 되풀이 될 수 있다는 우려 때문이다.

서명수·남윤호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