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 고급지 '인디펜던트', 지면개혁 실패 폐간위기 몰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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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6면

'불편부당 ' 의 이념을 내세우고 86년 창간된 영국의 고급 일간지 인디펜던트가 존폐의 기로에 놓였다.

부수회복을 목표로 지난해 9월 단행했던 지면개혁이 별 효과를 거두지 못했기 때문이다.

지난해 12월 평균 판매부수는 23만부를 밑돌아 사상 최저를 기록했고, 지난달말에는 이에 대한 문책성으로 편집국장마저 해임됐다.

특히 영국 신문업계에서는 '언론황제' 루퍼트 머독이 경영하는 더 타임스 등 대형 신문들의 경쟁이 나날이 격화되고 있어 자금력이 없는 인디펜던트로서는 살아남는 일조차 지극히 어렵게 됐다.

인디펜던트의 수모는 이번만이 아니다.

지난 94년 더 타임스가 불을 붙인 가격인하 전쟁에서 밀려나 경영권이 미러그룹으로 넘어가기도 했다.

그러나 이후에도 경영이 계속 악화돼 편집국장이 해임된 것은 지난달까지 벌써 세번째. 이번에 해임된 편집국장인 A 마는 인디펜던트 창간 당시 정치부 기자로 출발한 인물로, 한때 인디펜던트의 부수가 더 타임스에 육박하는 40만부를 넘는 데 공을 세운 인물이다.

그는 편집국장에 취임하자마자 대대적인 지면개혁을 실시했다.

그는 보도기사를 대폭 줄이고 컬러사진을 곁들인 읽을 거리를 1면 주요기사로 내는 등 주로 젊은층을 겨냥했다.

또 4백만파운드 (약 1백10억원)에 이르는 막대한 광고비를 들여 신문개혁을 선전했다.

그러나 업계에서는 인디펜던트의 새 지면이 신문 본래의 자세와 거리가 있는 지면이라는 평가가 늘어났고, 독자들은 떨어져 나가기만 했다.

결국 그는 중도하차하고 말았으며 신임 편집국장에 R 보이코트가 취임했다.

보이코트 신임국장은 전임자들의 실패를 교훈삼아 경비절감과 인원감축이라는 경영개혁부터 추진하고 있다.

그는 경영개선을 위해 4백만파운드에 이르는 경비삭감계획을 세웠다.

한때 4백명을 넘었던 편집국 인원도 2백명 정도로 줄여나가고 있다.

그러나 업계에서는 경비삭감이 더 이상 이뤄질 경우 신문의 질 (質) 저하가 분명하다고 우려하고 있다.

더 타임스나 데일리 텔레그라프의 부수가 꾸준히 늘고 있고, 요일별로 광고요금 할인을 다르게 해주면서 독자들에게 특전을 베푸는 판촉활동이 일반화돼 있는 영국 신문업계에서 신규투자가 어려운 인디펜던트가 생존할 수 있을지 주목된다.

김형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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