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대중비자금 폭로 사법처리 할까…이회창씨 '처벌불가' 결론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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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5면

'DJ 비자금' 계좌 추적자료는 청와대 배재욱 사정비서관 주도아래 95년부터 은행감독원.증권감독원의 협조로 만들어진 사실이 밝혀짐에 따라 관련자들의 사법처리 여부에 비상한 관심이 쏠리고 있다.

우선 한나라당 이회창 (李會昌) 명예총재의 경우 裵비서관이 만든 자료를 한단계 거쳐 넘겨받아 폭로했기 때문에 검찰은 '처벌불가' 결론을 내린 상태. 李명예총재가 계좌추적 초기단계부터 개입, 이를 지시한 흔적이 없는 점도 검찰이 李명예총재를 아예 사법처리 대상에서 제외한 이유가 되고 있다.

만약 李명예총재측이 이 자료가 상당히 과장됐다는 사실을 알고도 폭로했다면 선거법상 허위사실 공표죄를 적용할 수 있지만 청와대 사정비서실이 만든 자료인 만큼 이 부분도 적용이 어렵다.

裵비서관의 경우 '금융기관 종사자에게 타인의 금융거래정보 제공을 요구할 수 없다' 는 금융실명거래 및 비밀보장에 관한 긴급재정명령 (4조) 을 어긴 것이란 게 검찰의 판단. 검찰은 그러나 裵비서관을 기소할 경우 '형평성' 시비에 휘말릴 가능성을 우려해 기소유예나 불입건할 생각인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검찰이 이처럼 裵비서관을 문제삼지 않으려는 것은 금융실명제가 실시된 93년부터 그가 공식업무 성격으로 유력인사들의 각종 자금 변칙 실명전환 과정을 스크린한 것으로 파악됐기 때문으로 알려지고 있다.

즉 김대중 대통령당선자 측근들이 당시 변칙 실명전환에 전혀 관계하지 않았다는 명백한 판단이 서지 않는 단계에서 裵비서관을 자극할 경우 사태를 또다른 방향으로 몰고 갈 수도 있다는 게 검찰의 고민으로 보인다.

검찰은 또 김영삼 대통령 등 裵비서관의 상급자들도 裵비서관으로부터 “지시를 받았다” 는 진술이 나오지 않는 한 법적 책임을 물을 수 없다는 생각이다.

검찰은 계좌추적 실무자들도 당시 裵비서관의 지시에 따를 수밖에 없었던 불가피한 정황을 인정해 처벌대상에서 제외한 상태다.

정철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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