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설

사법부 내의 여론몰이를 경계한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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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42면

신영철 대법관 사건을 두고 법원의 내홍이 쉽게 가라앉지 않을 듯하다. 신 대법관이 서울중앙지법원장 재직 시절 촛불 관련 재판에 개입했다는 논란은 이미 수차례 검증 과정을 거쳐 왔다. 대법원이 진상조사단을 구성해 신 대법관을 포함한 관계자들을 대상으로 조사를 했고, 대법원장까지 면담하는 형식으로 진상을 파악했다. 이어 대법원장이 윤리위원회에 심의를 맡겨 경고·주의 권고라는 결정까지 내려졌다. 그러나 윤리위의 결정에 반발하는 소장 판사들의 항의 글이 법원 내부 전산망에 잇따라 오르고 있으며, 일부에선 서명운동 등 집단행동에 나서고 있다.

우리는 이번 사태가 사법부의 발전에 기여하는 방향으로 매듭지어져야 한다고 희망한다. 다만 내부적으로 조용히 해결하지 못하고 사법부 담장을 넘어 외부로까지 잡음이 터져 나오고 있는 상황은 바람직하지 않다. 사태 해결에 도움이 되지 않을뿐더러 사법부에 대한 신뢰에도 큰 상처를 입히기 때문이다. 특히 일부 법관들의 행동은 자칫 여론몰이로 비칠 수 있다는 점에서 우려를 갖게 한다. 여론몰이야말로 사법부가 가장 경계해야 할 대목이다.

사건 발생 이후 계속돼 온 논점은 간단하다. 신 대법관의 행동이 ‘법원장으로서 당연히 행사할 수 있는 사법행정권’이냐, 아니면 ‘재판의 독립성을 훼손하는 간섭’이냐다. 그러나 두 시각은 매우 근본적인 문제에 근거하고 있으며, 그 경계는 모호하다. 따라서 대립은 첨예할 수밖에 없으며, 판단은 명쾌하기 힘들다. 보다 직접적인 반발의 원인은 윤리위원회의 결정이 진상조사단의 결론과 다르기 때문이다. 진상조사단의 결정이 ‘재판 관여’ 쪽이라면 윤리위 결정은 ‘사법행정권’ 쪽에 가깝다.

이번 사건은 민감한 문제인 동시에 사법사상 초유의 일이다. 윤리위가 신 대법관에 대한 징계를 권고하지 못한 배경에 대해 설명하면서 ‘사법행정권의 범위와 한계에 대한 기준이 확립되지 않았기 때문’이라고 밝힌 대목에 주목하는 이유다. 전례도 없고, 미리 만들어준 기준도 명확하지 않다는 것이다. 그래서 윤리위는 보수적인 잣대를 적용해 소극적인 결론을 내린 것으로 풀이된다.

이번 사건에 대한 다양한 의견들은 충분히 개진됐다고 본다. 아직 법원 내에 남은 절차가 있다. 윤리위의 권고에 따른 대법원장의 결심, 그리고 신 대법관 본인의 처신이다. 더 이상의 분란은 누구에게도 이롭지 않다. 남은 절차를 지켜볼 시간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