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기문 중기중앙회장 “중소기업 경기 최악은 벗어난 듯”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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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소기업들이 외환위기 때는 막연한 불평만 쏟아 냈지만 요즘은 문제 해결을 위한 구체적인 민원을 많이 한다는 점에서 차이를 느낍니다.”

김기문 중소기업중앙회장은 "외환위기를 거치면서 중소기업도 어느 정도 경쟁력을 높였다”며 "위기를 함께 극복할 파트너로 중소기업을 봐 달라”고 주문했다. [김형수 기자]

김기문(54) 중소기업중앙회장은 8일 본지와의 인터뷰에서 최근 중소기업이 느끼는 체감 경기를 설명하면서 이같이 말했다.

예전에는 중소기업들이 정부의 지원과 배려만 바라보는 수동적 체질이어서 갑작스러운 위기 상황에 대처하지 못하고 불평만 많았지만, 요즘은 어떻게든 살길을 찾기 위해 적극적으로 나서는 과정에서 다양한 민원이 나온다는 얘기다.

김 회장은 인터뷰 직후 장태평 농림수산식품부 장관과 식품 관련 중소업체들의 간담회를 주선했다. 이 자리에서도 업계 대표들은 막연한 지원이 아니라 ‘배추 포장재로 친환경적인 골판지를 많이 쓰도록 보조금을 늘려 달라’ ‘한식 세계화를 위해 외국인 한식 요리사를 교육할 테니 교육·체류비를 지원해 달라’ 등 구체적인 법 조문과 통계 수치에 근거해 현안 해결을 요청하는 모습이 이어졌다.

김 회장은 “외환위기를 거치면서 대기업뿐 아니라 중소기업도 뼈아픈 구조조정을 통해 경쟁력을 높였다”며 “정부와 대기업도 중소기업을 시혜의 대상이 아니라 함께 위기를 극복할 파트너로 봐 줬으면 한다”고 말했다.

최근 중소기업들이 느끼는 경기 상황에 대해 김 회장은 “본격 회복은 아니지만 최악은 벗어나고 있는 것으로 본다”고 덧붙였다. 실제 중소기업들의 경기 전망을 보여 주는 5월 업황전망건강도지수(SBHI)는 85.2로 3월 이후 3개월 연속 상승세를 기록한 바 있다.

현안인 실업 문제와 관련, 김 회장은 “청년실업이 문제라지만 아직도 많은 중소기업은 우수 인력을 구하지 못해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말했다.

김 회장은 최근 실업과 관련해 정부 정책이나 언론의 관심이 중소기업 입장과는 어긋난다며 “실업 문제 하면 대졸자가 대기업에 못 들어가는 것을 말한다”며 “실제로는 대학을 나오지 못한 청년이나 중년·여성층의 실업 문제도 심각하다”고 했다.

그는 이런 고용 시장의 미스매칭 문제를 풀려면 고용 여력이 많은 중소기업 입장에서 정책을 찾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김 회장은 “최근 일자리 창출에만 집중하다 보니 비정규직이 양산되고 있다”며 “안정된 일자리가 아니면 만족도가 낮아져 이직으로 이어지므로 기업과 구직자 모두에게 손해”라고 말했다.

중소기업중앙회는 앞으로 중소기업들이 비정규직 대신 정규직 채용에 초점을 맞추도록 유도할 계획이다.

개성공단 입주 기업인 로만손 회장이기도 한 김 회장은 지난해까지 개성공단입주기업협의회장을 맡아 개성을 수없이 오가며 현장을 지켜본 인물이다.

김 회장은 현대아산 억류 직원 문제 등 예민한 개성공단 현안에 대해서는 말을 아꼈다. 다만 그는 “남북한 일각에서 개성공단을 정치적으로 바라보는 시각이 있지만, 결국 사업을 계속할지 말지는 기업들이 판단하는 것”이라며 “입주 기업들의 입장에서 문제가 해결되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이승녕 기자 , 사진=김형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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