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대학도 구조조정 시급하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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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6면

지금 대학이 위태롭다.

경제위기 상황에서 대학도 예외일 수 없다.

위기상황에 대처하는 구조조정이 당장 시작되지 않으면 대학도 문을 닫을 수밖에 없는 절박한 상황인데도 아직 대학은 변화의 조짐을 보이지 않고 있다.

그동안 대학은 경쟁적으로 시설투자와 건물짓기에만 급급하면서 질적 개혁보다는 양적 성장에만 치중했다.

이젠 그 결과가 모두 부담이고 장애가 되고 있다.

외국에서 들여온 실험.실습기자재 비용이 환차손으로 눈덩이처럼 불어났고 벌여놓은 각종 건설비용을 당할 능력이 없게 됐다.

기업이 약속한 지원기금도 대부분 사라졌다.

몸불리기에 급급하다보니 위기대처가 늦어진 것이다.

대학재원의 평균 80%를 차지하는 학생등록금이 학생들의 휴학.군입대로 구멍이 나고 있다.

편입생을 뽑아 이를 보충한다지만 대부분 편입지망이 서울의 상류대학으로 몰리니 지방대학들은 정원마저 채우기 힘들게 됐다.

의과대학이 있는 이른바 명문대학도 환차손 비용을 대기 급하고 시약이나 의료품 구입이 힘들 정도로 심각한 재정난을 겪고 있다.

지방대학 명문대학 가릴 것 없이 발등에 불이 떨어졌다.

국제통화기금 (IMF) 시대에 대학이 살아남자면 먼저 양적 성장에서 질적 특성화라는 원칙적 방향선회를 해야 한다.

체중을 줄이면서 특성화를 어떻게 할지에 대학의 운명을 걸어야 한다.

이미 한 대학은 교직원 급여를 지급못한 지 석달이 넘는다.

대학 특성상 당장 정리해고 도입은 어렵지만 뼈를 깎는 진통을 치러야 한다.

미국의 경우 한해 2백50여 대학을 팔려고 내놓는다.

그중 10여개 대학이 실제로 거래되고 있다.

일부 지역이긴 하지만 종신교수제 (tenure) 폐지가 늘고 있다.

질적 개선이 없으면 우리 대학도 문을 닫을 수밖에 없다는 비장한 각오로 철저한 체중줄이기와 특성화를 위한 구조조정을 단행해야 한다.

대학의 건전한 발전을 위해 대학 상호간의 협력체제가 시급하다.

인접대학끼리 실험실습기자재 공동구입.교수 교류도 있어야 한다.

지역.영역.대학간 협동과 컨소시엄 활성화로 도서풀제.교수풀제.합동강의제.학점교류 등을 통해 협력과 경쟁의 새로운 대학풍토를 만들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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