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C '사랑' 시청률 저조에 내용 뜯어 고쳐…작가·주연교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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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7면

TV드라마는 시청률에 따라 그 운명을 달리한다.

때로 길이가 엿가락처럼 늘어나기도 하고, 16회로 예정했던 드라마가 그 절반인 8회로 끝나기도 한다.

MBC 미니시리즈 '사랑' (월.화 밤9시50분) 이 작가와 주연배우를 대폭 교체하고 20대 젊은이들의 트렌디드라마로 작품방향을 바꾼다.

현재 4회까지 방영된 드라마 '사랑' 은 김미숙.이영하.장동건이 주연을 맡아 30대의 여인과 20대 젊은 남자의 사랑을 그린 드라마. 16회분으로 예정된 인하 (장동건) 와 영지 (김미숙) 의 사랑은 8회에서 영지의 죽음으로 막을 내리고, 인하의 새로운 사랑을 중심으로 이야기가 펼쳐질 예정이다.

상대역과 새로운 작가는 아직 미정이며, 최지우 등 20대 초반의 젊은 연기자가 상대역으로 물망에 오르고 있다.

30~40대도 볼 수 있는 사랑이야기를 표방했던 애초의 기획의도와 정반대 방향으로 작품을 급선회한 것은 18%~20%정도에 불과한 저조한 시청률이 가장 큰 이유. 광고판매율이 줄어들고 있는 상황에서 시청률이 낮은 드라마가 살아남기 어려운 환경이 조성되고 있기 때문이다.

12일 이진석PD로부터 트렌디드라마로 방향을 바꿀 방침이라는 통보를 받고 5회 출연을 거부했던 김미숙은 "일단 이야기를 마무리하기 위해 8회까지는 출연키로 합의했다" 라며 "감독과 작가를 믿고 좋은 작품을 만들겠다는 각오로 오랜만에 출연했는데 단지 시청률이 낮다는 이유로 전체 방향을 바꾼다는 것은 이해할 수 없는 처사" 라는 입장이다.

작가 주찬옥은 "1.2회의 시청률이 알려지자마자 대본에 대한 수정이 가해지고 새로운 작가 물색에 들어갔던 것으로 알고 있다" 면서 "앞으로 작품성보다 시청률을 겨냥한 선정적이고 가벼운 드라마가 양산될 것" 이라고 전망한다.

IMF를 맞아 10대 취향의 프로그램을 반성하고 과다한 시청률 경쟁을 자제하겠다던 방송사들의 선언이 오히려 시청률 저조한 프로그램에 대한 극약 처방이라는 형태로 드러난 셈이다.

박혜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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