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 문화교류장학생을 잡아라 中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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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국 문화교류장학생을 잡아라 中
“한국학생, 영어 약점 쉽게 극복”, 영국 현지서 관심 높아져

영국 사립학교가 학비의 50%를 지원하고 BEC영국교육원이 생활비 및 과외비를 지원, 연간 4150만원으로 영국 명문 기숙학교에서 유학할 수 있는 길이 열렸다. 문화교류 장학생 선발에 참여한 영국학교 교장들로부터 한국학생 유치에 발벗고 나선 이유와 선발 조건을 들어봤다.

정리=프리미엄 라일찬 기자


LVS, Ian Mullins 교장
“요즘 영국의 학교들도 좋은 대학에 보내기위해 입시와 성적 위주로 학생들을 가르치고 있다. 우리학교에서 공부하는 외국학생 중 상당수는 여러 교양 활동보다는 입시공부에만 전념하는 경향이 있다. 하지만 입시 위주의 교육은 전통 사립교육의 핵심인 학문의 발전과 인성·교양의 확립을 저해한다는 것이 나의 생각이다. 내가 한국 학생들에게 관심을 갖게 된 것은 학문적인 성취 뿐 아니라 기존 전통 사립학교가 추구하는 젠틀맨과 레이디로 성장하기 한 과정을 착실히 다지는 모습을 보면서 부터다.

더욱 놀라운 점은 단기간에 영어의 약점을 극복하고 문화의 차이를 빠르게 적응하는 모습이었다. 나는 장학생으로 어떤 학생들이 우리 학교로 오면 좋을까 생각해봤다. 학업적으로 우수하고 특히 영국 사립학교에서 추구하는 창의성과 기숙사생활을 통한 인성교육, 그리고 다양한 문화적 배경을 가진 학생들과의 생활을 통해 폭넓은 가치관 형성을 목적으로 하는 학생이라면 좋겠다. 완성되지 않은 학생의 과거와 현재의 모습은 참고사항일 뿐이다. 잠재력을 보고 숨어 있는 재능을 찾아내 개발하는 것은 우리 어른들의 몫이라고 생각한다.”


SHEBBEAR COLLEGE, R S Barnes 교장
 “학교와 기업에서 장학생을 선발하는 가장 큰 이유는 학생들의 잠재적 능력을 찾아내 사회적인재로 성장시키기 위해서다. 옥스퍼드 대학의 로즈 장학금은 장학 혜택의 필요성을 인식하게 하는 상징적인 예다. 클린턴 전 미국 대통령, 토니블레어 전 영국 총리, 봅 호크 전 호주 총리 등 세계적 지도자들을 포함해 7000여 명이 수혜를 받았다. 장학생 선발 프로그램을 계획하기 전 한국의 재능 있는 학생들이 금전적 부담 때문에 쉽게 영국으로 오지 못한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영국의 사립학교는 교과목 중심으로 운영되기보다는 학업과 취미활동·교양활동 등 다방면의 소양을 중요하게 여긴다.

지금까지 대부분의 장학 혜택은 영국학생들에게 유리했던 것이 사실이다. 하지만 한국학생 같이 재능이 많고 가능성이 풍부한 학생들에게도 영국 선진교육을 받을 기회가 제공돼야 한다고 생각한다. 우리가 한국의 우수한 학생들을 원하는 이유는 지도자 양성을 위한 교육자로서의 임무에 충실하고 그런 학생들이 곧 우리학교의 커다란 자산이 될 것이기 때문이다.”


OSWESTRY SCHOOL, Paul Stockdale 교장
 “1996년 수줍음 많은 Yang이라는 학생이 8학년 과정으로 중국에서 유학 왔다. 바이올린과 피아노·체스 등에 대단한 재능을 가지고 있었고 연주 실력은 보통이었지만 음감이 탁월했다. 나를 포함한 학교 관계자들 모두 입학 여부를 결정하기 매우 어려운 상황이었다. 왜냐하면 이 학생의 영어구사능력이 너무 부족했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입학이 결정됐고 학생은 피아노 실력을 무기로 학생들에게 인기를 얻기 시작했다. 그러면서 영어 실력은 날마다 눈부시게 향상되었다.

그리고 6년 후 미국 버클리 음대에 장학생으로 입학하는 영광을 안았다. 우리학교의 재학생이나 졸업생 대부분이 악기를 잘 다루고 연주회를 열 실력까지 갖추고 있다. 우리는 음악교육을 중시한다. 음악과 함께 자라는 아이들은 감수성이 풍부해지고 창조적인 사고를 할 수 있기 때문이다. 아시아 학생들이 가지고 있는 학문에 대한 열정과 예술에 대한 재능, 성실함이 이곳에서도 충분한 가치와 경쟁력이 있다는 것을 반증하는 것이다.”


SLINDON COLLEGE, Jenny Davies 입학사정관
 “학생들이 10년 후 어떤 모습으로 성장하느냐는 반은 자신의 몫, 반은 부모와 학교의 몫이라고 생각한다. 우리는 과일나무의 씨앗이 줄기가 되고 잎이 생겨 모종이 될 때까지 정성을 들여 성장을 방해하는 요소들로부터 보호하려고 노력한다. 하지만 어느 정도 성장하면 많은 신경을 쓰지 않아도 스스로 잘 자라나고 탐스러운 과일이 열리게 된다. 교사와 부모가 지속적인 관심을 갖고 올바른 교육방향을 제시해 줄 때 아이들은 사회가 원하는 인재로 성장하게 된다. 오래 전부터 미국·영국 등에 있는 세계적 대학들은 학업적 성취도 중심의 평가에서 벗어나 다방면에 재능이 있고 리더십이 탁월한 인재에 주목하고 있다. 내가 느낀 아시아 학생들은 온순하고 조용하며 타인을 먼저 생각하는 이타적 사고의 소유자들이다. 한국 학부모들에게 당부하고 싶은 한 가지는 너무 많은 목표를 설정해 아이들을 채찍질하기보다는 아이의 면면을 잘 파악해 수준에 맞게 목표를 잡으라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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