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전 한나라당 대표가 당 주류 측에 직격탄을 날렸다. “친박이 발목 잡은 게 뭐 있느냐”고 쏘아붙였다. 사진은 지난달 20일 국회에 참석한 박 전 대표의 모습. [연합뉴스]
- 그러면 재·보선 참패의 원인이 뭐라고 보나.
“이번에 당에서 나오는 쇄신책을 보니까 공천시스템을 당헌·당규에 맞게 투명하게 하고, 상임위 중심의 원내정당을 건설하자는 등의 내용이던데 그게 다 제가 당 대표 시절에 실천했던 것이다. 그땐 국민이 당을 어떻게 봤는지 다 아시지 않나. 그게 지금 안 지켜지고 있다는 얘기다.”
- 귀국하면 박희태 대표를 만나나.
“만나자고 하면 안 만날 이유는 없다. 그러나 원내대표 문제는 이미 제 입장을 밝혔기 때문에 덧붙일 말씀이 없다.”
- 내년 지방선거 공천에서도 갈등이 심할 텐데.
“한나라당은 공당이다. 공천을 당헌·당규의 원칙에 따라 하지 않는다면 공당이 아니다.”
일각에선 박 전 대표가 공천 시스템 문제를 반복해 거론한 것은 경주 재선거 공천 과정에 대한 불만이 반영된 것이란 해석도 나왔다. 이날 발언으로, 당 위기 상황에 대한 박 전 대표의 인식이 주류 측과 근본적인 차이가 있음이 분명히 드러났다.
박 전 대표는 향후 정치 행보와 관련해 “지금까지 해온 것을 그대로 하겠다”고 말했다. 앞으로도 상당 기간 당무에 직접 참여하는 일은 없을 것이란 의미로 받아들여진다. 박희태 대표가 김효재 대표비서실장을 미국으로 급파한 데 대해서도 “왜 오셨을까 의아했다”며 불쾌감을 표시했다.
친이 진영이 잇따라 ‘러브 콜’을 보내고 있지만 박 전 대표가 싸늘한 태도를 풀지 않는 이유는 뭘까. 이날 오전에 방문한 나파 밸리의 한 와이너리(포도주 양조장)에서 그는 “믿을 수 있으면 비용이 많이 들지 않는다. 그러나 신뢰가 없으면 무슨 말을 해도 믿을 수 없다”는 말을 했다. 한 측근은 “주류 측이 원내대표 자리를 거래하는 방식으로 박 전 대표의 협조를 끌어내려 했다면 ‘박근혜 스타일’을 몰라도 너무 모른 것”이라며 “평소에 꾸준히 진정성 있는 모습을 보여주지 않고선 박 전 대표의 신뢰를 얻기 힘들다”고 지적했다.
샌프란시스코=김정하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