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림픽기간중 이라크 공격 반대" 일본총리 클린턴에 친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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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8면

이라크 공격에 대한 협조 여부를 놓고 미국과 일본이 한창 갈등을 빚고 있다.

현재 일본은▶나가노올림픽 기간 (22일까지) 중에는 공격을 피하고▶무력행사에 앞서 최대한 외교적 노력을 기울이라고 미국에 요구하면서 공개적인 공격지지 입장 표명을 미루고 있다.

하시모토 류타로 (橋本龍太郎) 일본 총리는 클린턴 미 대통령에게 친서를 보내 올림픽기간중 공격 보류를 촉구한 데 이어 10일 다시 "현 단계에서 무력행사를 해봐야 세계 여론을 설득하지 못할 것" 이라고 경고했다.

일본은 지난해 11월 유엔총회가 채택한 올림픽기간중 정전 (停戰) 결의안을 무기로 내세우고 있다.

일본의 반발에는 미국이 무력행사를 준비하면서 국무.국방장관 등을 유럽.중동에 파견, 설득 노력을 펴면서도 유독 일본에만 아무도 보내지 않았다는 섭섭함도 깔려 있다.

군사문제에 관한한 '미국의 안방' 취급을 받는다는 불쾌감이 일본내에 조성된 것이다.

91년 걸프전때 막대한 분담금을 제공하고도 실병력을 파견하지 않아 참전국들로부터 박대받았던 씁쓸한 기억도 일본을 신중하게 처신하도록 작용하고 있다.

그러나 일본의 태도에는 중동국들과 러시아.중국.프랑스 등 개전에 반대하는 세 강국에 대한 배려가 작용했다는 분석이 많다.

대 (對) 중동 석유외교에 미칠 영향이나 안보리 거부권을 가진 국가들의 동향을 좀더 살필 필요가 있다는 계산이다.

도쿄 = 노재현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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