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다우코닝 투자유치 실패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6면

미국의 다우코닝사가 28억달러를 우리나라에 투자하려던 계획을 포기하고 왜 말레이시아로 발걸음을 돌렸는가.

우리는 지난 두달여 IMF지원 요청 이래 그야말로 숨가쁜 나날을 보내왔다.

이제 눈앞에 닥친 큰 문제는 엄청난 외채의 원리금 상환이다.

목에 차오른 숨을 고르고 정신을 차려보니 경제가 안정성장궤도에 재진입하려면 수출과 외국인투자밖에 없다는 것이 분명해졌다.

우리에게 바람직한 외국인투자는 급격히 늘어날 실업의 어려움을 조금이라도 덜어줄 고용효과가 큰 투자다.

당장 급하기 때문에 주식투자나 자본투자의 문도 활짝 열었지만 이 자금은 상황여하에 따라 언제든지 빠져나갈 가능성이 높고 고용효과도 별로 없다.

이렇게 중요한 의미를 갖는, 그것도 무려 28억달러나 되는 외국인투자를 정부 전체가 달라붙어 유치해야 한다는 당위성은 너무나 자명하다.

그런데 우리보다 별로 유리한 투자환경이 아닌 말레이시아가 유치에 성공한 이유가 무엇인가를 재삼 반성해보지 않으면 안된다.

관련부처의 공무원과 다우코닝 관계자의 말을 종합해보면 투자유치 실패의 이유는 부처간의 책임회피로 인한 협조부족에 있었다.

기본적으로 국제적인 규모의 경쟁시대에 정부가 세일즈의 첨병이 돼야 한다는 정신이 부족했다.

아무리 하드웨어적인 정부의 조직이나 구조를 바꾸고 책임자를 바꾸면 무슨 소용이 있는가.

세계화와 개방의 필요성을 백번 떠드는 것보다 외국인이 투자하기 편리하게 관련제도와 규정을 정비해 원스톱 서비스가 이뤄져야 한다.

외국인이 너도나도 투자하겠다고 몰려들게 인프라를 정비하자는 것이다.

야당지사가 추진한다고 눈치를 보다가 뒤늦게 김대중 (金大中) 대통령당선자까지 나서자 정부가 힘을 실었지만 이미 한국정부가 믿을 만한 투자상담 파트너로서 투자자의 눈밖에 난 뒤였다.

같은 실수를 되풀이하지 않도록 외국인투자 유치를 위한 관련부처간의 효율적인 정책조율이 제도화돼야 한다.

또한 외국인이 생활하는 데 불편하지 않게 제도적으로 배려하는 일도 당장 시행돼야 한다.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