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항세관도 ‘환율과의 싸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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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0면

지난달 10일 한모(60)씨는 인천공항으로 입국하면서 여유롭게 세관 직원에게 세관신고서를 냈다. 그가 낸 신고서엔 ‘신고할 것이 없다’고 돼 있었다. 호기롭게 검색대를 통과하려던 한씨를 세관 직원이 제지했다. 직원은 한씨의 가방을 X선 검색대에 넣도록 했다. 갑자기 한씨가 다른 신고서를 세관 직원에게 들이밀었다. ‘1145만 엔(약 1억4000만원)을 가지고 왔다’고 적혀 있었다. “실수로 잘못 적은 신고서를 제출했다”고 했다. 그는 외화 밀반입 사실을 숨기기 위해 가방을 부치지 않고 들고 탔다. 그러나 세관 직원의 눈을 피할 수는 없었다.

인천공항세관 서대석 여행자정보분석과장은 “처음 제출한 신고서에 엔화 반입 사실을 기재하지 않았기 때문에 밀반입한 것이 된다”며 “보유액의 약 10%인 1400만원을 벌금으로 냈다”고 말했다. 일본에서 사업을 하는 한씨는 국내 엔화 값이 치솟자 주식에 투자하기 위해 엔화를 밀반입하려 했던 것으로 밝혀졌다.

지난해 해외 여행자가 인천공항을 통해 몰래 들여오려다 적발된 물품은 705건이었다. 이 가운데 현금 밀반입이 28%인 201건으로 가장 많았다. 금액은 148억원이었다. 엔화가 86억원으로 가장 많고, 달러 46억원, 한화 8억원 순이었다. 돈 다음으로 핸드백 같은 명품을 밀반입하려 한 경우가 175건(25%)이었다. 비아그라 같은 의약품(96건), ‘짝퉁’(85건)이 그 뒤를 이었다.

30대가 밀반입을 가장 많이 시도했다. 202건이었다. 40대(187건)와 50대(169건)도 밀반입 유혹에 많이 빠졌다.

서 과장은 “미화 기준으로 1만 달러가 넘는 돈은 반드시 신고해야 한다”며 “어기면 1년 이하 징역이나 보유액의 10% 정도를 벌금으로 물게 된다”고 말했다.

장정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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