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설

교통대란이 서울시민 책임이라니…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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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4면

이명박 서울시장이 그제 대중교통체계 개편으로 빚어진 혼란을 "(시민들이) 미리 연구를 하지 않아서 문제"라며 시민 탓으로 돌린 것은 이해할 수 없다. 연일 고통을 겪고 있는 시민들의 심정을 헤아렸다면 그 같은 말을 하지 못했을 것이다.

지금 이 시장은 입이 열 개라도 조용히 있어야 할 처지인 줄을 왜 모르는가. 버스와 지하철 환승 연계를 이유로 교통요금이 인상된 데다 새 시스템이 제대로 가동되지 않아 시민들의 출퇴근길은 엉망이 됐다. 이런 마당에 책임을 진 시장이 "젊은이들은 인터넷에서 정보를 찾아보고 잘 타고다닌다"고 하다니 무슨 잠꼬대 같은 소리인가. 지난 4일 사과성명은 비판을 피하기 위한 쇼였다는 말인가.

물론 이 시장의 말대로 시민들이 반상회 등을 통해 전달된 교통체계 개편 내용을 숙지하지 못했고, 이것이 결과적으로 혼란을 가중시킨 측면이 있기는 하다. 그러나 교통대란의 주범인 교통카드 오류, 중앙 버스전용차로 정체현상 등은 시민들의 '연구'부족과는 전혀 상관없는 일이다. 교통카드 시스템 개발과 구축 과정에서 감리가 부실했고, 교통량 조사가 정확하게 이뤄지지 않아 중앙 전용차로에 정체가 유발됐다는 지적이 속속 나오고 있지 않은가.

서울시는 시민들이 새 제도에 적응될 때까지는 전개될 여러 상황을 고려에 넣고 치밀하게 준비했어야 했다. 교통수요가 적은 방학이나 주말에 시행하는 것도 순리였을 것이다. 서울시가 이 시장의 취임 2주년에 맞추기 위해 무리하게 서두르다 보니 탈이 난 것이다.

당장 철도청.경기도와도 머리를 맞대고 수습책을 논의해야 한다. 이들 기관과 사전 협의 없이 전투하듯 속전속결로 나가다 보니 철도청은 서울시내 지하철 정기권 발행을 반대하고, 경기도는 새 요금체계가 서울로 다니는 경기지역 승객들의 요금부담을 크게 늘렸다며 반발하고 있다. 무슨 일을 하든 시민이 우선이어야 한다. 시장의 업적을 내세우기 위한 시정(市政)이 돼서는 안 된다. 개인의 공명심보다 공익을 먼저 생각하는 시장이 되어주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