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전교조가 돌아온다]下.'참교육'의 길…학부모가 갈등 중재 나서야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17면

"갈등이 있으면 서로의 의견을 털어놓고 해결하는 것이 중요한데 우리 교단은 그렇지 못합니다." 인천교대 최희선 (崔熙善) 총장은 "전교조로 우려되는 갈등을 해결하기 위해선 새로운 형태의 성숙한 교직문화를 빨리 만들어야 한다" 고 강조했다.

우리 교단의 관리자.교사간 대화 단절은 심각한 상태다.

"학교가 너무 관료적이에요. 교장 지시에 반대하면 불이익이 많아요. (교장은) 노골적인 화풀이를 하고 근무평점을 나쁘게 주지요. 교사의 자율성은 거의 없어요. 교사들은 교장을 피해다녀요. " (서울 A중 李모 교사.여.37) 그러나 서울 B고 金모 (58) 교장은 "젊은 교사들은 교육현장을 도외시한 채 자기 주장만 하기도 한다.

게다가 정부 규제와 비정상적인 입시문화 등으로 자율적인 학교운영을 하기 힘들다" 고 말했다.

서울시교육청 유인종 (劉仁鍾) 교육감은 "한국교총과 협상하다보면 무리한 요구로 난감한 때가 적지 않다" 며 "서로 상식을 지키는 등 협상.대화수준을 높여야 한다" 고 말했다.

수원대 강인수 (姜仁壽) 교양학부 교수는 "일본은 법으로 교육내용은 교섭대상에서 제외하는 등 교섭한계를 명확히 긋고 있다" 고 말했다.

합리적인 대화는 학교에 발전을 가져온다.

서울 B중학교에서는 1년 전 전교조 출신 여교사가 교장에게 탁아소 설치를 건의, 교장이 받아들이기도 했다.

관리자.교사간의 대화창구가 막힐 경우 해결책으로 떠오르고 있는 것이 학교운영위원회. 참교육학부모회 오성숙 (吳星淑) 회장은 "학교사회가 다원화될수록 학부모 역할이 중요해진다" 며 "교사.관리자간 갈등이 커지면 학교운영위가 견제.중재 역할을 해야 할 것" 이라고 말했다.

전교조 이경희 (李京喜) 대변인도 "학교운영위를 활성화시키겠다" 고 말해 학교운영위가 교사.학교간 대화창구가 될 가능성도 커졌다.

설립 2년째인 학교운영위는 아직 걸음마 단계지만 부산시와 경기도 과천에서는 학부모위원 모임 등을 통해 참여가 점차 활발해지고 있다.

96년 8월 결성돼 학부모 2백여명이 회원인 학교운영위 부산학부모위원협의회 한명숙 (韓明淑) 간사는 "학부모에게 학교운영위를 홍보하고 학교간 정보교환을 통해 학교발전에 참여하자는 취지에서 설립했다" 며 "분기별로 협회보를 만들어 전국에 배포하는데 학부모 호응이 갈수록 커지고 있다" 고 말했다.

그러나 재단의 입김이 세고 학교운영위가 거의 없거나 유명무실한 사립학교는 사학경영 투명성 강화 등 정부 대책이 요구되고 있다.

10년 전 전교조 파동으로 심한 몸살을 앓아 아직도 상흔이 남아있는 경기도 M여고 (사립) 교사는 "주변 사립고에서는 재단에 밉보인 교감이 하루아침에 평교사로 전락하고 우리 학교운영위 위원교사는 교장.재단지시에 따라 도장을 찍는 역할만 하는 등 재단 횡포가 심해도 속수무책" 이라고 말했다.

교직사회의 질 향상을 위한 구조조정이 필요하다는 지적도 있다.

인간교육실현학부모연대 전풍자 (田豊子) 공동대표는 "학교 발전을 위해선 관리자의 의식전환이 필요하고 관리자.교사간 견제기능이 확대돼야 하지만 교원정년 단축.교원 중간평가제 및 재계약제 도입 등 자질이 떨어지는 교사를 중간에 걸러내는 장치가 마련돼야 한다" 고 주장했다.

오대영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