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설

정치력 부재가 ‘김무성 파동’ 불렀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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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42면

이명박 대통령과 박희태 한나라당 대표는 6일 회동에서 주류-비주류 화합을 위해 박근혜파 리더인 김무성 의원을 당이 원내대표로 추대하는 걸 추진하기로 했다. 그러나 박 전 대표는 이미 출마의사를 밝힌 의원들이 있으므로 이런 방안은 당헌·당규에 맞지 않는다며 반대했다. ‘김무성 카드’는 구석으로 밀렸고 집권당은 불난 호떡집처럼 다시 시끄럽다. 여권의 정치적 판단과 조율 기능에 문제가 있다는 건 여러 차례 지적됐는데 이번 일로 다시 확인된 셈이다.

여권분열의 핵심은 이-박 갈등이다. 우리는 이를 건너뛰는 쇄신·화합 방책은 미봉책이며 오히려 부작용만 키울 것임을 지적해왔다. 대통령을 비롯한 주류세력은 이-박 간의 신뢰를 회복하는 본론적 조치를 먼저 취해야 한다. 그런 이후에 비주류인 박근혜파의 의견을 들어 화합의 각론을 추진하는 게 순서다. 그런데도 주류는 핵심적인 의견수렴 없이 감투 하나 선사하는 모양새로 ‘김무성 원내대표’라는 카드를 불쑥 내밀었다. 원내대표는 집권세력의 원내대책을 지휘하는 중요한 자리다. 주류-비주류 간 본질적인 화합과 소통이 없이 비주류의 한 중진에게 이를 맡기는 건 집권세력으로서 무책임한 일이기도 하다. 게다가 원내대표는 의원들의 경선으로 선출하도록 되어 있다. 이미 중진의원 3명이 경선 출마를 표명한 상태에서 대통령과 당 대표가 마음대로 제4 인물의 추대를 추진하는 건 민주적인 절차에 어긋난다.

여권은 4·29 재·보선 공천에서도 정치적 판단의 오류를 범했다. 경주에선 당선 가능성이 제일 높은 후보를 ‘친박계’라고 제쳐두고 지난 선거 때 공천 파동에 관여하고 지역구에서 낙선한 인물을 공천했다. 인천 부평에선 공천 신청을 다 받아놓고는 나중에 ‘경제 살리기’라며 낙하산 공천을 했다. 그러니 탈락자가 무소속으로 출마해 표를 분산시킨 것이다. 지난해 가을엔 영수회담에서 제1 야당대표와 ‘국정의 동반자’ 합의를 만들어 놓고도 당정 지도부가 ‘속도전’을 주창해 야당이 합의를 헝클어버리는 빌미를 주었다. 정치가 제 기능을 발휘하고 여권의 내부 갈등을 봉합하기 위해서도 정치적 판단·조율 시스템의 재점검이 시급해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