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교사들까지 '전화부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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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6면

교직단체에서 해괴한 작태가 벌어졌다.

대통령직인수위에서 교육공무원 정년단축안이 나오자 일부지역 교육청과 교원단체가 관내 교직원들에게 공문을 보내 집단항의전화를 하도록 지시했다고 한다.

이른바 '전화부대' 의 폭력성이 교직단체에까지 파급된 것이다.

65세 정년을 어느날 갑자기 61세로 하자는 안이 나왔으니 이해당사자로선 할 말도 많고 그 부당성을 비판할 근거도 있을 수 있다.

그러나 여론화 방식과 태도가 비민주적이고 폭력적이다.

교사정년문제는 언제고 논의의 대상이 될 수 있는 사안이었다.

요즘같은 경제위기 상황에서 고통을 분담하고 교원의 경쟁력을 살리기 위해선 단축이 불가피하다는 논의도 나름의 설득력이 있다.

반면에 교직사회의 불안.허탈감으로 교육의 황폐화를 걱정하는 반론도 가능하다.

민주사회란 게 무엇인가.

엇갈리는 집단간의 이해를 여론수렴과정을 거쳐 서로 한발씩 양보하고 조정하는 게 민주시민사회의 역량이다.

정년단축론이 제기됐으면 시비와 장.단점을 따져보고 공동선 (共同善) 의 대안을 도출하는 것이 바른 시민사회다. 이 여론형성과정에 이해집단이 전화부대를 동원해 일방적 논리를 주입시키고 경우에 따라선 폭언과 협박까지 일삼는다.

최근까지도 언론사에 걸려오는 조직적 협박성 전화는 수없이 많다.

대부분 내 이익과 내 집단의 이기주의를 대변하는 일방적 욕설에 가깝다.

자신들에게 조금이라도 불리한 기사나 논평이 나오면 어느 신문사에 일제히 전화를 걸라고 지시해 압력을 가하고, 심지어 집필자의 집에까지 전화를 해 위협을 가하기까지 한다.

지난 몇년간 계속된 우리 사회의 보이지 않는 반민주적 폭력이다.

교원들의 항의전화가 집단적으로 이뤄졌는지 여부는 아직까지 밝혀지지 않았다.

교직단체라면 이 사회 지식인집단의 대표적 존재다.

할 말이 있으면 공개적 장소에서 바른 이론으로 남을 설득하고, 양보할 게 있으면 양보할 줄도 아는 모범을 보이는 게 지식인 집단의 바른 자세다.

여론을 오도하는 전화부대가 사라져야 바른 여론이 살아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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