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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민호 기자의 레저 터치] 캐리비안 베이 ‘물’ 좋은 달 바뀌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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워터파크 ‘캐리비안 베이’가 1일 야외 시설을 전격 개장했다. 이게 뭐 그리 대단한 소식이냐 하겠지만 레저업계에서 보면 그리 가볍게 보고 넘길 일은 아니다.

캐리비안 베이가 국내 레저시설에서 갖는 상징성은 대단하다. 이 시설은 1996년 자연농원이 에버랜드로 바뀌면서 나란히 오픈했다. 그때 내세웠던 광고 문안이 ‘세계 최초의 실내외 워터파크’였다. 그때만 해도 물놀이 시설은 야외 수영장이거나 실내 온천으로 구분됐다. 이후로 여름철 레저 풍경은 수영복 차림의 미녀들이 물벼락을 맞거나 슬라이드를 타고 물에 빠지는 장면으로 바뀌었다. 지난해까지 캐리비안 베이 누적 입장객 수는 1300만 명이 넘는다.

캐리비안 베이의 출현은 곧바로 우리나라 워터파크 전성시대의 개막으로 이어졌다. 대형 목욕탕에 불과했던 온천이 앞다퉈 워터파크 시설을 도입했고, 여름엔 파리를 날리던 스키장도 워터파크 시설을 들여놔 사계절 테마파크로 거듭났다. 지방 여행사도 캐리비안 베이 덕을 톡톡히 봤다. 여름철 지방 여행사의 대표 상품이 캐리비안 베이 당일 여정이다. 부산·대구·광주 등 남쪽 지역에선 캐리비안 베이 한 번 가보는 게 소원이라는 젊은이가 아직도 수두룩하다. 7월 말~8월 초 극성수기에는 새벽부터 입장권을 사려는 사람이 줄이 선다. 밤새워 차를 달려온 지방의 청춘들이다.

그 캐리비안 베이가 벌써 오픈했다는 건 레저 업계에 여름 시즌이 시작됐다는 걸 의미한다. 봄꽃이 다 피기도 전에 레저 달력은 여름에 들어선 것이다. 에버랜드 측은 날씨가 물놀이해도 될 만하니까 물놀이 시설을 열었다고 설명했다. 올여름이 특히 더울 것이란 예보를 듣고 부리나케 준비했단다. 이달 초 황금연휴를 겨냥한 상술이 보이지만, 상술 역시 날씨가 받쳐주니까 가능했던 거다. 캐리비안 베이는 지난해엔 5월 31일에야 야외 시설을 오픈했다.

그렇지 않아도 국내 레저 업계는 온난화 현상에 민감한 상태다. 스키장은 인공 눈을 만드느라 겨우내 밤을 새우고, 지난해엔 10월에도 동해안에서 스킨스쿠버를 하는 동호회가 여럿 있었다. 제주 신라호텔은 이미 지난달에 야외 자쿠지를 오픈했다.

아무튼 이로써 고급 정보 하나를 수정해야 함을 공지한다. 캐리비안 베이에서 ‘물’이 가장 좋은 달은 6월이었다. 이른바 선수들은 7~8월 캐리비안 베이 방문을 자제했다. 명절을 앞둔 동네 목욕탕처럼 복작거리는 데 가는 건 선수들과 맞지 않아서였다. 6월의 캐리비안 베이는 그래서 물놀이 시설이 아니라 ‘물구경 시설’이란 우스개가 전해져 왔다. 그 시점을 이제 5월로 앞당겨 수정해야 할 것 같다.

손민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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