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맑은 물 관리 효율화하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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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6면

주요 국책사업이 돈만 낭비하고 제대로 진척이 안된다는 소식이 들릴 때마다 정부의 능력과 효율에 대한 평가는 한단계씩 내려 간다.

천문학적 규모로 공사비가 늘어나는 경부고속철도나 끊임없이 효율성에 의문이 제기되는 농업 구조조정사업 그리고 오늘도 오염된 물을 방출하고 있는 시화호 등은 이미 정부의 무능력을 충분히 증명했다.

거기다 93년부터 17조원을 투입한 맑은 물 대책이 사실상 실패로 끝나고 있다는 최근의 분석은 또 하나의 실망을 더해 준다.

현재의 맑은 물 대책이라도 없었다면 수질은 더욱 악화됐을 것이라는 자위적 해석도 가능하긴 하나 건강하고 쾌적하게 생활할 국민의 권리를 보장해야 할 정부로서는 그런 안일한 자세에 머무르면 안된다.

환경부의 상수원 수질조사에 따르면 막대한 투자에도 불구하고 수도권 1천5백만 주민이 먹는 팔당댐은 93년의 생물학적 산소요구량 (BOD) 1.2가 97년엔 1.5로 오히려 악화됐다.

낙동강.금강.영산강 등 전국 4대 강의 수질도 5년 전보다 악화된 것으로 드러났다.

상수원 수질의 악화는 여과되지 않고 흘러드는 생활하수나 공장.축산 폐수 등이 계속 늘어났기 때문이다.

따라서 맑은 물 대책의 근간은 바로 이런 폐수의 유입을 사전에 차단하고 상수원의 수질을 1급수나 2급수로 올리는 데 있다.

그런데도 이처럼 수질이 나빠진 것은 정수장 또는 하수처리장 설치가 부족했거나 적절성을 잃었기 때문이며, 오염행위를 단속.감독하는 기능이 제대로 작동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거기다 현재의 맑은 물 행정은 3분 4분돼 있다.

주관부서인 환경부 외에 건교부가 하천.댐.광역상수도 행정을 맡고 있고, 통산부가 지하수, 내무부가 온천관리, 농림수산부가 농업용수 개발을 맡고 있다.

오염 단속권은 1차적으로 지자체에 있다. 갈가리 흩어진 맑은 물 행정이 일원화되면 같은 돈을 들여도 좀더 나은 수질의 물을 얻을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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