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구멍뚫린 핵심기술 보안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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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6면

우리나라가 개발해낸 최첨단 반도체 제조기술을 빼내 해외에 팔아온 16명이 검찰에 구속됐다.

대부분 20~30대 초반의 반도체 제조회사 전.현직 연구원인 이들이 거액을 받고 64메가D램의 핵심기술인 회로도와 제조공정에 관한 기밀서류 등을 대만의 경쟁업체에 넘겨줬다니 참으로 한심한 일이다.

세계적으로 반도체 업계는 우리나라와 일본의 경쟁속에 대만이 후발업체로 추격하는 추세다.

그중에서도 일본은 지난 2년간 투자를 소홀히 해 생산량이 우리에 미치지 못하고 대만은 올 연말께나 양산체제를 갖출 것으로 알려져 왔다.

특히 이번에 제조기술이 유출됐다는 64메가D램은 올해안에 메모리 반도체 분야의 차세대 핵심제품으로 자리잡게 될 것이 확실시되는 품목이다.

이 때문에 국제통화기금 (IMF) 체제 극복에 앞장설 우리나라의 가장 유망한 '수출 효자상품' 으로 기대를 한몸에 받고 있다.

업계에서는 이번에 빼낸 기술을 고스란히 넘겨받은 대만업체들이 생산일정을 크게 앞당겨 과거 16메가D램 때처럼 대량생산과 덤핑으로 국제시장을 교란시키고 가격폭락을 초래하지나 않을까 걱정하고 있다.

이럴 경우 우리나라는 가장 확실한 '달러 박스' 를 잃게 되는 것은 물론 산업 전반에 엄청난 주름살을 가져올 것이 틀림없는 일이다.

이런 점에서 이들은 단순한 산업스파이 차원이 아닌 반국가적인 범죄를 저질렀다고 비난받아 마땅할 것이다.

이번 사건을 최첨단 핵심기술의 완벽한 보안책 마련을 위한 계기로 삼아야 한다.

해당업체들은 정보유출을 막기 위해 겹겹이 최신 장치를 마련해놓고 있었지만 모두 허사였다.

기계에 의한 물리적인 감시는 한계가 있음이 입증된 셈이다.

그러므로 국가 최첨단 기술을 다루는 산업체 근무자는 특히 사명감과 애국심을 기르도록 정신교육을 강화할 필요가 있다.

또 이들이 평소 자신들의 업무에 긍지와 보람을 갖도록 처우하는 것은 물론이고 퇴직후라도 일정기간 특별히 관리하도록 제도화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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