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덩치 크고 힘없는 아이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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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6면

서울에서 고등학교 1학년을 마친 학생이 영국의 명문사립학교로 유학을 갔다.

영국인 교사가 체육과목중 축구.럭비.골프.크로스 컨트리중 하나를 선택하라고 했다.

체력에 자신있다고 생각한 한국 학생은 크로스 컨트리를 택했다.

그러나 학생은 수업때마다 꼴찌로 들어오는 허약함을 면치 못했다.

구미 학생들과 비교해 우리 학생들의 체력이 떨어질 뿐만 아니라 10년전과 비교해도 크게 허약해졌다는 통계가 나왔다.

교육부의 97년 초.중.고생 신체조사에 따르면 키는 10년전보다 3㎝ 더 자랐고 몸무게도 3~4㎏ 늘었지만 달리기.턱걸이 등에서 해마다 힘과 끈기가 떨어지는 허약함을 보이고 있다.

체력만 떨어진 게 아니라 체질도 허약해져 비만과 알레르기를 앓고 있는 학생들이 해마다 늘고 있다는 조사다.

덩치는 커졌지만 체력.체질이 나빠지는 이유는 간단하다.

과다한 영양섭취에 부족한 운동량 탓이다.

체육.여가시간에 운동보다 입시부담에 쫓기고 여가가 있다 해도 컴퓨터 게임이나 TV시청에 매달리니 덩치 크고 힘 없는 아이들이 양산된 것이다.

지.덕.체 (知.德.體) 의 조화로운 교육이 학교교육의 요체다.

그러나 우리 교육은 이미 오래전부터 덕을 쌓는 인성교육은 안중에 없고 건강한 몸에 건강한 정신이 깃들이는 체육교육도 무시해 왔다.

오로지 입시교육에만 매달리니 이런 황폐한 결과가 나온다.

공부 또한 체력싸움이다.

미국 유학을 해본 사람이라면 누구나 실감할 만큼 미국 대학생들은 사흘 밤낮을 연구에 몰두해도 끄떡없을 정도다.

다행히 수능시험도 쉬워지는 추세다.

체육시간이면 체육시간답게 학교교육을 정상화해야 한다.

지력.체력.인성을 고르게 가르치는 교육의 정상화가 시급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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