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많았던 '빅딜론'…김대중당선자, 재계 반발일자 준비된 발언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3면

지난달 21일 김원길 (金元吉) 국민회의정책위의장의 첫 '빅딜론' 에 재계는 벌집 쑤신듯 했다.

“가령 삼성과 현대가 자동차와 전자부문을 교환하는 방식을 생각해봄 직하다” 며 구체적인 회사와 사업명까지 거론한 것이다.

당시 그의 주장은 노동계에 상당한 호응을 얻었고 주목을 끌었다.

1주일전 김대중 (金大中) 당선자와 4대그룹 총수들의 회동이 있었음에도 이후 대기업의 자체 구조조정안들이 “썩 탐탁지 않았기 (金당선자 표현)” 때문이었다.

金의장의 '빅딜 드라이브' 는 다음날 임창열 (林昌烈) 경제부총리와 함께 주재했던 5대그룹 기조실장 회의에서 절정을 이뤘다.

“취임일 전까지 2~3개의 빅딜이 나와야 할 것” 이란 강도높은 주문이 있었다고 한다.

“빅딜을 하루아침에 어떻게 하란 말인가” “혁명적 발상” 등 우려속에 金당선자 본인의 진의를 둘러싸고 의론이 분분했다.

반면 조심스런 또다른 움직임이 시작된 것도 그 무렵이었다.

박태준 (朴泰俊) 자민련총재는 지난달 22일 그룹 기조실장회의를 마친 林부총리에게 “재벌정책은 나를 중심으로 전개된다” 는 점을 분명히 했다.

'재벌정책' 이 여러 목소리로 흘러나가는 것을 우려한 발언이었다.

이 무렵 “빅딜이 마치 金당선자 재벌개혁의 전부인 양 인식되면서 재계의 조직적인 반발 움직임마저 감지되고 있다” 는 비대위 관계자의 걱정도 제기됐다.

朴총재와 김우중 (金宇中) 대우회장의 극비회동 (1월21일) , 金회장의 金당선자 단독면담 (24일) 도 분위기가 바뀌는 전환점이 된 듯하다.

金회장은 스위스 다보스 경제포럼에서 동행한 유종근 (柳鍾根) 당선자경제고문에게 '재벌이 동네북이냐' 는 취지의 불만을 공개 토로했고 柳지사는 “ (빅딜은) 대기업 개혁을 촉진하기 위한 레토릭 (수사) 일 뿐” 이라고 정리했다.

마침내 “빅딜은 본질이 아니며 수단” 이라는 박태준총재의 공식발언이 나왔다.

金당선자의 2일 발언 역시 이런 과정을 지켜보며 나온 '준비된 발언' 인 것으로 보인다.

전영기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