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대중당선자, 빅딜논란에 종지부 "기업들이 알아서 하라"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3면

김대중 (金大中) 대통령당선자는 2일 갖가지 억측이 구구한 대기업의 빅딜논란에 '유권해석' 을 내렸다.

金당선자는 이날 오후 비대위의 보고를 받는 자리에서 “자발적, 조용한 진행” 을 강조했다.

당 (국민회의) 도 오전 간부회의에서 입장을 명확히 했다.

결론은 “빅딜은 대기업의 자율적인 구조조정 과정에서 부분적으로 포함될 수 있는 사항일 뿐 이를 핵심으로 제시한 바는 없다” 는 것. 김민석 (金民錫) 부대변인은 “마치 빅딜이 목표인양 확대해석되고 있는 것은 혼선” 이라고 지적하고 “대기업 구조조정은 자율적으로 성의있게 이뤄져야 한다” 는 당의 공식입장을 밝혔다.

비대위의 金당선자측 대표인 김용환 (金龍煥) 자민련부총재도 “비대위가 빅딜계획을 내라고 한 적은 없다” 며 “강제적인 교통정리는 있을 수 없는 일” 이라고 못박았다.

재계의 잇따른 반발과 당내에서조차 제기되는 신중론이 배경이 된 것으로 해석된다.

재계에선 “이러다간 정말 큰일난다” 는 우려의 목소리와 함께 “金당선자의 시장경제론과 모순된다” “국보위식 통폐합” 등의 지적도 있었다.

대기업 구조조정의 청사진을 미리 그려놓고 인위적으로 끌고 가는 듯한 무리수가 한계에 부닥친 것이다.

1월13일 金당선자와 4대그룹총수들이 5개항을 합의.발표한 뒤 '빅딜' 에 지나치게 악센트를 둔 점을 뒤늦게 깨달은 듯하다.

“마치 그것이 목표인양 해석되고 있다” 는 안팎의 비판에 눈을 떴는지도 모른다.

그간 여권에선 어차피 부채비율이 높은 대기업 계열사는 여신이 어려워지고, 그에 따라 경영난이 가중될 것인 만큼 무리를 않더라도 인수.합병에 이르게 될 것이란 논리가 제기돼 왔다.

결합재무제표 작성, 계열사간 상호지급보증 금지조치로도 시장 메커니즘에 따라 자연스레 빅딜을 유도할 수 있다는 얘기다.

무리하게 빅딜을 몰아붙이다가 향후 부작용이 생길 경우 그 책임이 몽땅 새 정부의 부담이 될 것이란 정치적 판단도 작용한 듯하다.

경제위기가 가중될지 모르는 점도 감안한 것임은 물론이다.

金당선자측은 그러나 이같은 입장표명으로 24일까지 제출토록한 대기업의 개혁계획이 왜소화될까해 우려를 한다.

진통중인 노사정 (勞使政) 합의에서 노측의 반발이 더 거세질 수 있다는 걱정도 있다.

때문에 지난달 몇몇 그룹의 불충분한 구조조정 계획을 돌려보냈음을 상기시키며 “金당선자와 4대그룹총수들간 합의내용은 변함없는 원칙이며 추호도 흔들림없이 추진될 것” 임을 강조하고 있다.

金당선자는 6일 있을 30대그룹회장들과의 회동에서 보다 분명한 방침을 전달할 것으로 보인다.

김석현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