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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곽 드러난 새정부 구조조정 촉진법안…자율로 안하면 '시련' 경고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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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비상경제대책위원회 김대중 (金大中) 대통령당선자측이 2일 확정, 보고한 기업구조조정 촉진안은 지난달 金당선자와 4대그룹 총수가 합의한 '5대 원칙' 을 구체화한 것이다.

기업간 사업교환 (빅딜)에 걸림돌이 돼온 관련법규를 대폭 손질, 자율적 구조조정을 유도하기 위한 '당근' 과 함께 경영의 투명성을 높이고 체질을 개선하기 위한 '채찍' 도 담고 있다.

당선자측 한 위원은 "기업개혁은 최대한 자율적으로 하게 하되 이에 따르지 않을 경우 가혹한 시련을 겪게될 것을 예고하는 것" 이라고 설명했다.

대표적 '당근책' 은 회사정리법.파산법.화의법 등 퇴출 (退出) 관련법을 이번 국회에서 처리하고 기업분할제 도입 및 합병절차를 간소화하는 것. 주주의 무상증여 자산에 대한 이익금불산입, 현금증여를 위한 부동산 매각시 양도소득세 감면 등 세제혜택을 주는 것 등도 포함된다.

반면 상호지급보증 해소시기를 3개월 앞당겨 99년부터 시행키로 한 것이나 소액주주의 권한을 강화하고 사외 (社外) 이사.감사선임을 의무화한 것은 구조조정과 체질개선을 강제하는 강력하고도 현실적인 수단으로 작용할 전망이다.

과다차입금 이자에 대한 손비 불인정 시기를 1년 앞당긴 점 역시 마찬가지다.

특히 눈에 띄는 대목은 외국인에 의한 기업의 적대적 인수.합병 (M&A) 을 연내에 허용키로 한 부분. 이는 경영권 방어문제를 이유로 들어 여건이 개선된 후 점차적으로 수용한다는 정부안과 정면 배치되는 것이어서 정부측과의 의견조율과정에서 진통이 예상된다.

정부측은 하루 전인 1일 "올해에 한해 적대적 M&A를 불허한다" 는 입장을 정리한 바 있다.

김용환 (金龍煥) 자민련부총재는 "우리 기업 발행주가가 지나치게 저평가돼 있는 게 사실이나 외국인의 투자를 적극 유치하기 위해선 허용해야 한다는 게 당선자측 위원들의 생각" 이라고 강조했다.

이를 위해 金당선자측은 외자도입법상 외국인이 국내기업 이사회의 승인을 받아야 하는 주식취득비율을 상향조정키로 하는 등의 조치를 취할 방침이다.

재정경제원장관의 허가조항도 폐지키로 했다.

당선자측은 또 지주회사 설립, 은행의 타회사 출자제한 완화문제를 원칙적으로 허용하되 시행시기는 신중히 검토한 후 결정키로 의견을 모았다.

당초 당선자측은 은행들이 타회사 주식을 10%이상 소유하지 못하도록 돼있는 은행법을 고쳐 30%로 상향조정, 기업대출금을 출자로 전환할 수 있도록 하는 방안을 놓고 재경원측과 협의를 벌였다.

그러나 "완충장치 없이 바로 출자전환을 허용할 경우 기업부실이 바로 은행부실로 이어질 수 있다" 는 재경원측의 끈질긴 설득으로 방향을 선회한 것으로 알려졌다.

또 전경련 등 재계가 수차례 수용을 요구해온 지주회사 설립에 대해서는 '원칙적 허용, 단계적 실시' 란 방침을 세웠다.

金부총재는 "사업 지주회사가 아닌 순수 지주회사에 한해 설립을 허용토록 의견을 모았다" 며 "그러나 결합재무제표 도입.상호지급보증 해소 등으로 경영 투명성이 확보되는 시점부터 도입하는 것이 현실적이라는 게 중론" 이라고 밝혔다.

이와 함께 결합재무제표 도입 등 구조조정 대상기업 범위도 이견을 보여왔으나 일단 공정거래법상 30대 기업집단으로 대상을 한정했다.

1차 대상기업들의 구조조정 성과를 보아가며 단계적으로 전 기업으로 확산하는 '점진적 개혁' 쪽을 택한 것이다.

이정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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